#곤충체험학습
내가 기억하는 축령산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였다. 잣나무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부드럽게 굽이치는 능선,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까지. 높지 않지만 깊고, 조용하지만 살아 있는 산의 숨결이 곳곳에 스며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잣나무림이 우거진 이곳, 축령산. 해발은 높지 않지만 산을 디딜 때마다 전해지는 기운은 묘하게 또렷하고 깊다. 내가 자주 찾는 산이지만, 올 때마다 새로운 숨결로 나를 맞이한다. 그리고 ‘축령산’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엔 오랜 기도가 깃들어 있는 듯하다. 빌 축(祝), 신령 령(靈), 산 산(山). 신령에게 비는 산, 그래서일까. 이 산은 언제나 한결같이 고요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나를 감싸 안는다.
축령산에는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온 산신제의 풍습이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 사냥을 나섰으나 짐승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몰이꾼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곳이니 제를 올려야 합니다”라고 말했고, 이성계가 산 정상에서 제를 지낸 뒤 멧돼지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날 이후 이 산은 ‘신령에게 비는 산’이라는 뜻의 ‘축령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나는 이 산이 참 좋다. 비록 경기도 남양주에 자리하고 있지만, 그 품은 강원도의 깊은 골짜기처럼 깊고 묵직하다. 야생의 숨결과 신령의 기운이 함께 머무는 곳, 오래전 호랑이가 거닐었을 법한 숲이다. 어느덧 네 번째 해, 해마다 한 번씩 아들과 이곳을 찾는다. 곤충을 만나러, 자연을 느끼러, 조용히 숲의 품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도 우리는 1박 2일의 숲 속 여정을 떠났다. 숲은 여전히 울창했고, 물은 투명하게 흐르고 있었으며,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것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내민 커다란 대벌레였다. 그리고 딱정벌레, 나비, 사마귀, 나방들. 우리가 마주한 이 작은 생명들은 깊은 숲 속에서 고요히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들은 나뭇잎 뒷면까지 꼼꼼히 살피며 숨어 있는 곤충들을 찾아냈다. 작년엔 두꺼비, 사슴벌레, 장수풍뎅이도 만났었지만, 올해는 아쉽게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그 빈자리는 처음 마주한 대벌레가 신기함으로 채워주었다.
그리고 이번 여정엔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닥터파브르’의 로고가 드디어 완성된 것. 초록빛 생명력이 깃든 잎사귀, 거기에 조심스레 남겨진 작은 애벌레의 입자국. 그린 컬러와 파먹은 듯한 자국이 어우러진 심플하면서도 상징적인 앰블럼. 작은 생명에서 시작되는 위대한 회복의 여정, 그 곁에 새겨진 문구는 우리가 함께 열어갈 ‘위대한 시작’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 로고는 나의 첫 사업부터 함께해 온 글로벌 디자인 기업 ‘ARKEE’와 다시 한번 손을 맞잡고 완성한 결과물이다. 몇 해 전, 이들은 동남아로 진출해 현재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브랜딩과 마케팅 사업을 성공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그들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 긴 시간 쌓아온 인연 위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더하게 될 것이다.
숲에서 곤충을 만났던 우연처럼, 이 만남도 어쩌면 ‘인연’이라는 거대한 생태계 안에서 예고된 조우였는지도 모른다. 작은 생명에서 시작된 꿈, 그리고 그 꿈이 바꾸어갈 세상의 미래. 닥터파브르는 ARKEE와 그 여정을 함께 써 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