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미식탐방기
3박 6일. 짧지만 밀도 높은 시간 속에서 공동창업자 한도영 군과 나는 곤충단백질의 가능성을 좇아 짧지만 진지한 여정에 올랐다. 목적지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국경을 넘어선 식탁 위에서, 우리는 다가올 미래의 단서를 포착하고자 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이국의 거리에서 떠올린 질문은 단순했다.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먹게 될까?’
그러나 그 물음은 단지 입맛이나 유행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존과 지속 가능성, 문화와 정치가 얽혀 있는 복합적인 질문이었고, 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했다.
첫 행선지는 말레이시아. 대형 쇼핑몰 안의 음식점 진열대 위에는 전갈, 매미, 지네, 귀뚜라미, 풀무치 같은 곤충들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 정갈하게 놓인 곤충들의 형체는 어쩐지 박물관 속 표본처럼 보였고,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 역시 그것을 먹을 것으로 보지 않는 듯했다. 우리는 조심스레 몇 가지 곤충을 시식했지만, 고소하거나 맛있다는 표현은 솔직히 맞지 않았다. 그것은 이국적인 체험이라기보다, 어쩌면 문화와 입맛 사이에 놓인 벽을 확인하는 경험에 가까웠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서 싱가포르로 향했다. 국경을 넘는 순간, 풍경은 물론 음식에 대한 태도도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 지정학적 긴장, 기후 위기 앞에서 이 나라는 생존을 ‘수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자국 내에서 식량 수요의 30%를 책임지겠다는 ‘30 by 30’ 비전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기술과 정책, 산업과 소비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선언이다. 이 선언은 단지 수치의 목표가 아니다. 이 선언은 거대한 도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곤충도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곤충은 가장 작지만 가장 강한 해답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 7월, 싱가포르 식품청은 과학적 검토를 바탕으로 귀뚜라미, 메뚜기, 누에, 거저리 유충 등 16종의 곤충을 공식적으로 식용으로 승인했다. 이는 단순한 식품군의 추가가 아니라, 곤충 단백질이 공공정책의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후 싱가포르 내 기업들은 귀뚜라미 스낵, 밀웜 그래놀라, 곤충 분말 단백질바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구현한 공간이 바로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칵테일 바 FURA다. 우리는 그곳에서 곤충이 단지 ‘식재료’가 아니라 ‘풍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칠리 시즈닝을 더한 밀웜 마가리타, 메뚜기 가루를 곁들인 호박 레이어, 그리고 개미와 사케 카스로 만든 셔벗. 겉으로 보기엔 다소 파격적인 이 메뉴들은, 신중하게 조화된 맛과 철학으로 손님들의 입과 마음을 동시에 설득한다.
FURA는 그 명성에 걸맞게 2024년 아시아 50대 바에 선정되었다. 그러나 이곳의 진짜 매력은 메뉴 너머의 이야기들이다. 한 기사의 인터뷰에 따르면 셰프 라스무센과 바텐더 위지데사는 ‘지속 가능한 미식’을 위해 다소 과잉되거나 잉여로 취급되는 재료, 예를 들어 해파리, 메뚜기, 검은 마늘을 새롭게 조명한다. 예컨대 해파리는 해양 생태계를 위협할 만큼 급증한 존재다. FURA는 이 해파리를 진, 스피룰리나 베르무트와 조합해 마티니로 재해석했다. 메뚜기는 아프리카와 인도 농촌의 생태를 파괴하기도 한다. FURA는 그것을 페니키아 전통 소스인 ‘가룸’으로 변주했다. 이는 단지 음식의 영역을 넘어, ‘무엇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예술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제안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곤충을 혐오와 기이함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조미료처럼 녹이고, 소스처럼 섞고, 예술처럼 구성한다는 점이었다. FURA는 ‘다름’을 향한 가장 정중한 시도를 통해, 곤충을 호기심과 가능성의 언어로 번역해 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조용히 되묻고 있었다. 이번 여정의 목적은 단지 곤충을 보러 간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퓨처푸드’라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식탁을 미리 경험하러 갔던 것이다. 싱가포르의 미래적인 바에서 우리는 식탁 너머로 펼쳐진 새로운 시대의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음식이 아니라, 더 본질적인 질문들이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게 될까?'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삶의 끝에 우리는 무엇을 남기게 될까?'
이번 여정에서 진정으로 소중했던 것은, 곤충이나 식탁의 경험만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세대를 살아온 두 창업자가, 처음으로 깊이 마주 앉아 삶의 궤적과 철학,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비록 다른 시대의 언어로 살아왔지만, 그날의 대화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서툴지만 진심 어린 말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고, 함께 바라보는 미래는 그만큼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그 ‘내일’은 여전히 질문으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 질문을 함께 던질 수 있는 동료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먼 길을 함께 걸어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