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곤충

#시간의 날개 위에 서다.

by 닥터파브르

곤충의 시작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지구의 오래된 숨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그 작고 여린 생명체는 절지동물이라는 거대한 문 안에서, 처음으로 하늘을 스치며 날개를 펼쳤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곤충화석, 리니오그나타 히르스티(Rhyniognatha hirsti)는 약 4억 1천만 년 전 데본기의 먼 지층 속에 묻혀 있다. 그러나 곤충의 시선은 그보다 더 오래전, 안개 낀 실루리아기의 숲까지 미치고 있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그때의 곤충들은 하늘을 나는 법을 알았을까? 어쩌면 일부는 습지 위를 스치며 바람과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석탄기 초기에 등장한 고망시류(Palaeodictyoptera)와 같은 고대 곤충들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날개와는 다른 섬세하고 복잡한 날개를 지녔다. 머리와 가슴, 복부로 나뉜 몸, 세상을 읽는 촉각과 겹눈, 그리고 흙과 물가를 누비는 작은 발걸음. 그들의 하루하루는 생존과 탐색 그리고 세상을 배우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최초의 곤충은 날개가 없었다. 무시곤충류라 불리는 그 작디작은 존재들은 오늘날의 톡토기나 좀과 닮아 있었다. 데본기 초기에 나타난 이 작은 생명들은 조용히 땅과 식물 위를 걷고 살아갔다. 시간은 흐르고, 석탄기에는 거대한 잠자리 메가네우라(Meganeura)와 옛사마귀류가 날개를 펼쳐 숲과 습지를 지배했다. 이들의 등장은 육상 생태계와 식물 진화를 새롭게 쓰는 혁명이었다. 하지만 페름기가 오면서 거대한 곤충들은 대부분 멸종했고, 바퀴·하루살이·메뚜기류와 딱정벌레류 등 일부가 긴 세월을 견뎌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그중 하루살이, 그 이름 에페메롭테라(Ephemeroptera)는 ‘덧없는 존재’를 의미한다. 성충이 되어 맞이하는 삶은 짧다. 종류에 따라 1시간에서 하루 정도. 그러나 그 짧음 속에도, 종족의 생명력은 3억 년을 넘어 이어졌다. 짧은 날갯짓 속에 담긴 시간과 역사가 오늘의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작지만 오래된, 하늘 위에 남은 곤충의 날개, 그 숨결을 느껴보라고.

수억 년 전 시간 속에 잠든 작은 곤충들의 흔적

아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겪게 되는 시기가 있다. 바로 ‘공룡기’라 불리는 다섯 살 무렵의 시기다. 나의 아들도 그랬다. 하루 종일 공룡 책을 뒤적이고, 장난감으로 집 안을 채웠다. 그중에서도 단연 티라노사우르스가 그의 마음속 왕이었다.

아들의 보물 1호, 최애 공룡책

어느 날 나는 문득 그 열정에 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들의 손을 잡고 경상남도 고성으로 떠났다. 수천만 년 전 공룡의 발자국이 찍힌 바위 위에 서서 나는 처음으로 ‘시간’이 눈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꼈다. 그 순간 자연의 위대함과 생명의 깊이가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시간이 멈춘 땅, 고성에 남은 공룡발자국 (2023.01.24.)

그리고 그날 이후, 우리는 ‘관찰자’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곤충에 매료되어 있다. 함께 곤충도감을 읽고,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그림 속 색과 형태, 표본 속 생명의 흔적을 느낀다. 나는 그 시간을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시간과 생명의 대화’라고 부르고 싶다.

그래서 매년 한 번씩은 아들과 함께 자연사박물관을 찾는다. 그의 눈 속에서 호기심과 경이로움이 피어나는 순간을 보고 싶어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왜 서울 한복판에는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없을까.

영국, 미국, 일본처럼 1800년대부터 웅장한 자연사박물관을 세워온 나라들과 달리, 우리의 과학문화 공간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렇기에 해외 출장이 있을 때마다, 나는 아들을 데리고 자연사박물관을 찾는다. 그곳에서 우리는 언제나 압도된다. 거대한 공룡 화석, 오래된 곤충 표본,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시간의 숨결.

일본 기타큐슈 시립 ‘이노치노타비’ 박물관(좌)과 중국 상하이 자연사 박물관(우)

언젠가 한국에도 세대를 잇는 진짜 자연사박물관이 세워지길 바란다. 그곳에서 아이들이 거대한 공룡 앞에서 눈을 반짝이고, 곤충의 날개 속에서 생명의 신비를 배우며,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게 되기를. 그것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지식과 경이로움을 품은 성전이 될 것이다.

처음 본 낙엽나비, 놀라운 변장술에 감탄하다.

오늘도 나는 아들의 손을 잡고 작은 발견들을 쌓아간다. 숲 속의 벌레, 도서관의 자연과학 책 한 권, 돌 위의 화석, 박물관 유리장 안의 표본 하나까지. 그 모든 순간이 시간의 날개 위에 서 있는 경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언젠가 아이의 마음속에서 세상에 대한 깊은 경이로움으로 피어날 것이다.

중국 야시장에서 만난 이색 맛, 메뚜기 꼬치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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