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을 사랑한 두 사람의 여정, 닥터파브르 이야기

#프롤로그

by 닥터파브르
처음으로 잠자리를 맨손으로 잡은 조카 (2011.09.03)

2006년 가을, 내 인생에 한 아이가 찾아왔다. 막 군을 제대하고 일상의 흐름에 서툴던 나에게, 갓 태어난 조카는 조용한 기쁨이자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다리였다.


작고 따뜻한 생명을 품에 안았을 때, 나는 알지 못했다. 이 아이와 함께 걷게 될 긴 시간의 의미를.


조카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처음 병아리를 품에 안고 세심히 돌보던 그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며 조카의 시선은 점점 더 작은 생명들로 향했다. 풀숲에서, 화분 가장자리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존재들을 오랜 시간 들여다보며 말을 걸던 아이.


한 번은 거미줄을 정성스레 짓던 작은 거미 앞에서, 조카가 말을 잃고 서 있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작디작은 거미의 하루에, 아이는 몇십 분을 가만히 마음을 내어주고 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이 아이가 곤충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았다.


나 역시 곤충을 무척 좋아했다. 어릴 적 잠자리채를 들고 들판을 달렸던 기억은 나의 가장 빛나는 장면 중 하나였다.


그래서 우리는 곧, 함께 곤충을 쫓는 짝이 되었다. 한 손엔 채집통을, 다른 손엔 웃음을 들고 여름의 들판을 누볐다.


조카가 처음으로 손가락으로 잠자리를 붙잡던 날, 나는 카메라를 꺼내 그 순간을 영원히 남겼다. 아이의 눈동자에 담긴 반짝임이, 이 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도 빛났기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가을 햇살 속 고추잠자리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 조카는 어느덧 고등학교를 졸업해 올해 스무 살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곤충을 연구하겠다며 응용생물학과에 진학했다.


나와 조카는 다시 한번 곤충이라는 이름 아래 나란히 섰고, 이제는 연구실과 현장을 오가며 함께 곤충을 이야기하고, '닥터파브르'라는 이름의 작은 스타트업을 함께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이 길의 끝이 어디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의 첫걸음이 곤충을 향한 진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이 언젠가 누군가의 삶에도 가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오늘도 또 하나의 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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