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갑자기 뭐가 생겨서 왔습니다."
"어디 볼까요? 병변 형태는 장미색 비강진처럼 보이는데요."
"그게 뭔가요?"
"대게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면역학적 반응으로 나타나는 피부 발진입니다. 처음에 큰 병변이 한 개 생기고 퍼지지 않았나요?"
"아. 맞아요. 엉덩이에 크게 하나 생기더니 퍼졌어요."
"몸살 기운이 있거나, 열이 나거나, 목이 아프거나, 배가 아프지는 않았나요."
"그런 건 없었는데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안 나타나기도 하는데 안 나타나셨나 보네요."
"바이러스면 어떤 바이러스에 걸리는 거죠?"
"헤르페스바이러스나 엔테로바이러스, 엡스타인바바이러스 등등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데 어떤 바이러스인지를 아는 게 질환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것도 불분명하고요."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이런 바이러스 발진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호전이 됩니다. 한 달에서 세 달 정도 기다리다 보면 저절로 사라지게 되고요.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를 드시고 바르면 조금 더 빨리 좋아질 수도 있고, 약에 호전이 잘 안 되면 광선치료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한테 전염되거나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건 아니죠?"
"네. 그럼요. 전염도 안되고 합병증이나 후유증도 없고, 몸에 이상을 의심할만한 질환도 아니에요. 피부톤이 어두우시면 색소침착이 남을 수는 있습니다."
장미색비강진은 장미색잔비늘증이라고도 불리며 이름처럼 장미색의 자잘한 비늘이 있는 반점을 특징으로 한다. 원인불명의 급성 염증질환으로 보통 원발진이라는 큰 병변이 생기고, 1-2주 후 몸통에 2차 발진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6-8주 후 자연 소실되는 경과를 보인다. 2차 발진은 작은 타원형의 비늘이 동반된 판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양쪽 대간선 아래 방향으로 분포하는 형태도 있고, 비늘이 없는 작은 구진 형태인 경우도 있다. 몸통과 목, 팔다리에 주로 나타나며 얼굴, 구피, 햇볕 노출 부위에는 잘 생기지 않는다.
호발 연령은 10-35세, 남성보다 여성에서 흔하며, 봄, 가을에 많이 나타난다.
원인은 뚜렷한 증거는 없지만 자연 소실되는 경과, 계절적인 빈도, 병변의 조직학적 특징 등을 고려하여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면역학적인 반응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지만, 병터나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 불확실하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여러 바이러스가 가능성이 있고, 최근에는 코로나 감염 이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바이러스와 연관되어있어서 증상 발생 전에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증상으로 몸살, 발열, 인후통, 복통 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으며, 장미색비강진 자체가 전염성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염 여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증상 발생 후 1-3개월 후 자연소실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진 않다. 외국의 경우 3개월 이후에도 호전이 안되면 의사를 방문하도록 되어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진료가 수월하다 보니 대부분 진료를 보고 약을 처방받는다. 가려움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보니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도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구 스테로이드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돼있지만 막상 처방해보면 효과는 괜찮은 편이고, 항바이러스제가 경과 호전에 약간의 도움을 준다는 보고가 있지만 보험적용이 안되면 너무 고가이다 보니 증상이 매우 심한 경우 아니고는 잘 쓰지 않고 효과도 그닥이다.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 자외선 치료를 해주면 병변이 빠르게 호전된다. 치료가 없어도 호전된다고 하지만 치료를 하면 더 빨리 호전되기에 안 할 이유는 없다.
합병증이나 후유증은 없지만 피부톤이 어두운 동양인의 경우 색소침착이 남을 수 있다. 다만 임신 초기 15주 내 장미색비강진이 발생했다면 조산 또는 태아 사망 가능성 있기 때문에, 집중적인 산부인과적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