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기미를 좀 제거하려고 왔는데요."
"잠깐 볼까요. 기미도 있는데 검버섯들도 많이 보이네요."
"네? 검버섯이요? 제가 나이가 이제 30인데 검버섯이라고요?"
"검버섯은 빠른 경우 10대 때부터 생기기도 하고 노화 반응이긴 하지만 유전적으로 잘 생기는 피부를 물려받아서 일찍 생기기도 합니다."
"제거하면 또 안 나나요?"
"나이가 들면 또 재발할 수 있어서 보통 3-5년에 한 번씩 보기 싫어졌을 때 제거하는 편이죠."
통상적인 젊은 검버섯 환자들과의 대화 패턴이다.
검버섯. 말 그대로 얼굴에서 자라는 검은 버섯 같다고 해서 검버섯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옛날에는 저승에 갈 때가 되면 자라는 꽃이라는 의미로 저승꽃이라고도 많이 불렀다. 그만큼 나이 든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피부병변 중 하나이다.
근데 이 검버섯은 처음부터 크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는 아주 작게 발생했다가 점점 커지고 융합하면서 우리가 버섯이나 꽃이라고 인식할 수 있을 정도까지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검버섯은 아주 나이 들어서나 생기는 거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검버섯이 있다고 하면 2-30대 환자들은 충격을 많이 받는 모양이다.
의학적으로는 지루성각화증(Seborrheic keratosis)이며, 피부 양성종양으로 표피 각질 형성 세포의 증식으로 발생한다. 초기에는 피부색에서 노란색, 혹은 갈색의 아주 작은 사마귀 모양의 구진 형태로 생기는데, 병변이 성숙하면서 점차 커지고 색깔을 띠며 기름기 있는 비늘과 딱지로 덮이게 된다.
쥐젖과 마찬가지로 생긴 부위 주위에 발생하다 보니 전염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염성은 없고 악성으로의 전이 가능성도 매우 낮아서 미용적인 이유로 제거를 시행하게 된다.
제거는 피부과에 방문하면 레이저나 냉동치료 등으로 쉽게 제거 가능하나 조직을 파괴하는 시술이기 때문에 흉터나 색소침착이 남는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
검버섯 초기 단계처럼 보이는 작은 구진들이 얼굴에 갑자기 많이 생긴 경우 편평 사마귀와 감별이 필요하고, 갑자기 크기가 확 커지거나 색이 이상해 지거나 모양이 변하면 기저세포암 같은 피부암과의 감별을 위해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갑자기 몸에 검버섯이 아래 사진처럼 급격하게 많이 생기는 경우 Leser Trelat sign이라고 해서 위암이나 폐암, 림프종, 백혈병 등의 암과 연관된 경우일 수 있어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