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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하워드 Jun 19. 2024

비타민 B3 니코틴산 나이아신, 이름이 많아진 사연

비타민 B3의 50가지 그림자


건전지 이전 매거진: 수용성 비타민 B군 총정리 & 주의해야 할 상호작용 에서 비타민 B3를 짧게 소개한 적이 있었어요. 비타민 B3는 몸 안에 흡수된 음식을 에너지로 바꿔 주는 필수 영양소예요. 또한 비타민 B3는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반응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답니다.


오늘은 건전지가 좀 더 자세하게 비타민 B3의 모든 것을 알려드릴게요!     




세 번째 비타민 B,
비타민 B3

비타민 B3는 수용성 비타민 B군의 8가지 영양소 중 3번째로 발견됐어요. 이 영양소는 주로 우유와 유제품, 달걀, 육류에 많이 들어 있지요. 


비타민 B3는 세포 안에서 산화와 환원 반응에 관여하는 ‘조효소’의 전구체랍니다. 그래서 비타민 B3는 탄수화물, 아미노산, 지방산을 이용한 에너지 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요. 나아가 비타민 B3는 DNA 복제 과정에도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비타민 B3은 몸에서 자연적으로는 거의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꼭 먹어서 보충해야 한답니다. 비타민 B3결핍이 일어나면 피부 발진이나 소화 장애,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으니 꼭! 꾸준히 섭취해 주셔야 해요. 20세기 초반까지도 비타민 B3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펠라그라(pellagra)’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답니다. 이 이야기는 아래에서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비타민계의 김별명[1],
비타민 B3


비타민 B3는 이름이 많아요. 나이아신(또는 니아신), 니코틴산, 나이아신 아미드(또는 니아신 아마이드), 니코틴산 아미드(또는 니코틴산 아마이드)가 모두 비타민 B3를 가리킨답니다. 정말 헷갈리죠? 비타민 B3는 왜 이렇게 많은 이름을 갖게 된 걸까요? 



1. 원조 비타민 B3는 나!
니코틴산


최초의 비타민 B3는 ‘니코틴산(Nicotinic acid)’ 이에요. 1867년 실험실에서 니코틴(Nicotine)을 산화했을 때 처음 탄생한 물질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죠[2]. 


후에 이 니코틴산이 몸 속에서 활성 형태로 변해 장에서 흡수되는 것이 관찰되었고, 이에 착안해 니코틴산의 활성 형태를 ‘니코틴산 아미드 (Nicotinamide)’ 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니코틴과 니코틴산의 구조 차이. 녹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오각형 고리(*피롤리딘 고리) 부분이 산화 과정에서 완전히 파괴돼야 니코틴산이 탄생해요. ©ACSH[3]


그런데 니코틴과 니코틴산은 전혀 달라요. 비록 니코틴을 산화(Oxidation)시켜서 니코틴산을 얻을 수 있다지만, 위 그림에서 보듯 두 물질의 화학 구조는 서로 완전히 다르답니다. 물론 성질도 전혀 딴판이죠! 니코틴은 담배 속에 들어있는 유독물질이지만, 니코틴산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익한 물질이에요. 


역사적으로는 니코틴산 덕분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건지기도 했답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2.비타민 B3의 기원:
펠라그라 이야기


19세기 말, 서양에서는 ‘펠라그라(Pellagra)’ 라는 이름의 악성 질병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아주 많았어요. 이 병에 걸리면 피부가 가렵고 빨갛게 거칠어지다 부종과 물집이 생기고, 결국 물집이 터지며 표피가 벗겨지고 색소가 침착돼 피부가 암갈색으로 변해요. 피부 외에도 신경계와 소화계까지 영향을 미쳐서 극도의 불안과 설사에 시달리다가 정신착란이나 치매까지 유발하고, 마지막에는 결국 죽게 만드는 무서운 병이었죠[4]. 


그래서 흔히 펠라그라를 ‘4D 질병’이라고 불렀어요. 여기서 D는 각각 피부염(Dermatitis), 설사(Diarrhea), 치매(Dementia), 그리고 사망(Death)을 뜻했죠.


20세기 초반의 40년간, 미국에서는 이 펠라그라에 걸린 환자가 300만 명 이상이나 됐고 이중 10만 명 이상이 사망해 국가 차원의 문제가 되었습니다[5]. 당시 사람들은 펠라그라가 옥수수에 숨어있는 정체불명의 세균이나 독소가 일으키는 전염병으로 생각했는데, 이는 주로 옥수수를 재배하는 남부 지역에서 펠라그라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었어요[6]. 


Joseph Goldberger(1874~1929) ©CDC[7]

그러다 1920년대, 미국 공중보건국에서 근무하던 조셉 골드버거(Joseph Goldberger) 박사가 발상의 전환을 이뤄냅니다. 그는 평소 도정된 옥수수 위주의 단조로운 식사를 하는 빈민층이 주로 펠라그라에 걸리는 것을 보고 옥수수가 아니라 식단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오랜 연구 끝에 그는 우유, 고기, 계란, 콩을 보강한 식사를 통해 펠라그라를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많은 사람을 질병에서 구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비타민 B3(니코틴산)의 존재까지 밝혀내지는 못했죠.


Conrad Elvehjem(1901~1962) ©1948 University of Wisconsin Libraries[8]


펠라그라의 원인이 니코틴산 결핍이라는 사실이 완전히 밝혀진 건 1937년이었어요.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 생화학 교수였던 콘라드 엘베젬(Conrad Elvehjem)은 골드버거 박사의 성과를 이어받아 펠라그라를 연구했죠. 그 결과 그는 비타민 B3(당시에는 니코틴산과 니코틴산아미드)의 존재를 발견했고, 이로써 세계 최초로 펠라그라의 수수께끼를 완전히 규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원인은 당시의 곡물 도정 방법 때문이었어요. 당시 사람들의 주식으로 유통되던 옥수수 가루와 백밀가루의 도정 과정에서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 B3가 대폭 깎여나갔고, 이 때문에 발생한 영양소 결핍증이 바로 펠라그라였던 거죠. 바꿔 말하면 몸 속에 비타민 B3가 충분할 때 펠라그라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었어요!


이렇게 펠라그라의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고 난 뒤, 미국 정부는 백밀가루에 니코틴산과 다른 여러 필수 영양소를 넣어 영양을 보강한 ‘강화 밀가루(Enriched flour)’의 사용을 강력히 장려했어요. 1940년부터 49년까지 미국의 각 주에서 이 ‘강화 밀가루’의 사용을 강제하는 법률이 속속 통과됐죠. 1950년이 되자 미국 전역에서 펠라그라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답니다.



3.니코틴산, 나이아신으로 개명하다


미국 정부가 국가적으로 ‘강화 밀가루’의 사용을 장려하게 되자, 식품업계는 ‘니코틴산’이라는 단어가 담배 속 니코틴을 연상시켜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답니다. 


이런 호소를 1942년 미국 국립연구위원회 산하 식품영양위원회가 받아들여 ‘나이아신’을 ‘니코틴산’의 동의어로 선정해 대신 사용하도록 했죠[9]. 참고로 나이아신(Niacin)은 니코틴산(Ni/cotinic /aci/d)과 비타민(vitam/in)의 합성으로 만든 단어랍니다[10].


당시에는 과학 문헌 등지에서 ‘니코틴산’과 ‘니코틴산아미드’를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일반 대중이 오해할 수 있는 경우에 ‘나이아신’ 과 ‘나이아신아미드’라는 용어를 쓰도록 권장하기로 했지만, 지금은 그냥 두 용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사람들의 습관이 무서운 셈이죠.



우린 너무 달라,
나이아신 VS 나이아신아미드



좌: 나이아신(니코틴산) ㅣ 우: 나이아신아미드(니코틴산아미드)


나이아신/니코틴산과 나이아신 아미드/니코틴산 아미드는 이름은 비슷해도 다른 물질이에요. 즉 나이아신=니코틴산이 같은 물질이고, 나이아신 아미드=니코틴산 아미드가 동일한 물질이지만, 나이아신=/=나이아신아미드는 같지 않다는 뜻이에요. 이 두 물질은 이름 끝에 ‘아미드(-amid; 또는 아마이드)’가 붙는지 여부로 쉽게 구분할 수 있어요.


똑같은 비타민 B3라면서 왜 나이아신(니코틴산, 이하 ‘나이아신’)과 나이아신 아미드(니코틴산 아미드, 이하 ‘나이아신 아미드’)로 구분하는 걸까요? 나이아신과 나이아신 아미드는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일일 권장 섭취량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에요. 


나이아신을 인체에 고용량으로 투여하면 고지혈증 치료제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즉 몸에 나쁜 저밀도 지질단백질(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몸에 좋은 고밀도 지질단백질(HDL) 콜레스테롤을 높이지요. 그래서 옛날에는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고지혈증 환자의 치료제로 나이아신을 사용했어요. 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고용량의 나이아신을 복용하면 간독성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어서 더 이상은 콜레스테롤 치료제로 쓰지 않아요.


반면 나이아신 아미드는 콜레스테롤을 낮추지는 못해요. 그 대신 여드름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주로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고 있지요. 


나이아신 홍조. ©2024 Wikimedia Commons


둘은 부작용도 달라요. 우선 나이아신은 혈관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어요. 때문에 과도하게 복용하면 나이아신 홍조(niacin flush) 현상이 생긴답니다. 그럴 경우 얼굴에 홍조가 나타나며 열감, 가려움 또는 따가움을 느끼게 돼요. 


또 고용량의 나이아신을 복용하면 간독성이 나타날 위험이 있어요. 그래서 나이아신은 하루 섭취량이 35mg NE(나이아신 당량)을 넘기면 안 돼요[11].


하지만 나이아신 아미드는 웬만큼 많이 먹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일일 1000mg NE까지 섭취해도 홍조가 생기지 않는 것은 물론 인체에 안전해요!   




건전지 앱에서 간편하게
비타민 B3 성분을 확인하세요
 


현재 한국에서 유통 중인 비타민 B3 함유 건강기능식품의 성분 표시는 대부분 정확하지 않아요. 가령 영양소 성분은 ‘나이아신’이라고 써놓고 원료 항목을 보면 실제로는 나이아신아미드인 경우가 많아요.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죠.


또 나이아신과 나이아신 아미드 중 정확히 어떤 성분인지 명시되지 않은 영양제도 더러 있어요. 어떤 제품에는 나이아신과 나이아신 아미드가 함께 들어있기도 하고요. 그렇다 보니 소비자로서는 대체 어떤 B3제품을 구매해야 할지 무척이나 헷갈리는 게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물질의 안전성권장량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비타민 B3가 함유된 건강기능식품은 원료를 꼼꼼히 살핀 후 복용하셔야 해요. 그러니 비타민 B3 복용을 결심하신 분들은 귀찮으시더라도 꼭 복용 전에 의사 또는 약사에게 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좋답니다. 



혹은 간편하게 건전지 앱을 활용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건전지 앱은 시중에 판매 중인 비타민 B3 제품들을 나이아신과 나이아신아미드의 함유 여부에 따라 미리 분류해 두었어요. 홈 화면-성분으로 찾기-비타민 코너에서 각각의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간편하게 검색해 보세요! 개별 성분 정보 화면에서는 나의 일일 섭취량과 더불어 해당 성분에 대한 설명도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비타민 B3에 대해 궁금한 점 또는 별도의 의학 관련 문의사항이 있으신가요?


댓글 또는 건전지 앱의 마이페이지-1:1 문의를 이용하세요.

건전지 앱의 의사 전문가 집단이 상세히 답변해 드릴게요. 


Stay Charged!



주석&참고문헌

[1]

김별명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2021한화이글스

[2] NIACIN AND NICOTINIC ACID. JAMA. 1942; 118(10): 823.doi: 10.1001/ jama.1942. 02830100053014

[3][10]“The Many Names And Faces Of Vitamin B3”, ACSH. url: https://www.acsh.org/news/2017/08/11/many-names-and-faces-vitamin-b3-11677

[4]펠라그라, 대한피부과학회. url: https://www.derma.or.kr/new/general/disease.php?uid=5196&mod=document

[5] Bollet AJ. Politics and pellagra: the epidemic of pellagra in the U.S. in the early twentieth century. Yale J Biol Med. 1992 May-Jun;65(3):211-21. PMID: 1285449; PMCID: PMC2589605.

[6] Clay, Karen; Schmick, Ethan; Troesken, Werner (August 2017). "The Rise and Fall of Pellagra in the American South". NBER Working Paper No. 23730. doi:10.3386/w23730. S2CID 51988207. Archived from the original on 17 May 2018. Retrieved 23 September 2019. 

[7] Portrait of Epidemiologist and U.S. Public Health Service physician Joseph Goldberger, CDC Public Health Image Library. url: https://phil.cdc.gov/Details.aspx?pid=8164

[8] Conrad Elvehjem works in the biochemistry lab, WISC. url: https://digital.library.wisc.edu/1711.dl/WOFQTRVB42NXK8Z

[9] Council on Foods and Nutrition, JAMA. 1942;118(10):819. doi:10.1001/ jama.1942. 02830100049011

[11]“LiverTox: Niacin”, NIH. url: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548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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