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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하워드 Dec 05. 2024

FDA발 퇴출 논란에 휘말린 코감기약 페닐에프린 이야기

매년 2억 개씩 팔리는 코막힘 해결사, 사실은 효과가 없다는데 


여러분은 페닐에프린(Phenylephrine; 또는 페닐레프린)을 아시나요? 미국에서는 일 년에 2억 5천만 개나 되는 페닐에프린 감기약이 팔려나가요.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도 상당히 커서 판매 중인 제품만 118여 개이고,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500억 원이나 된답니다. 그런데 금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앞으로 먹는 페닐에프린 약을 코막힘 완화용 일반의약품(OTC) 리스트에서 방출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예고해 제약업계에 난데없는 감기약 대소동이 시작됐어요!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오늘은 여러분의 가장 가까운 다제약물관리 동반자, 필톡&건전지가 페닐에프린의 작용 기전부터 FDA발 퇴출 예고 사건의 전말까지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1. 페닐에프린은
어떤 약인가요?
 


시판 중인 페닐에프린 함유 일반의약품 예시 ©GSK  ©동화약품 ©유한양행 ©코오롱제약


페닐에프린은 주로 코막힘을 완화하거나 혈압을 높이는 데 사용되는 약이에요. 구체적으로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병원에서는 혈압이 저하된 환자에게 페닐에프린 주사제를 사용해 혈압을 조절해요.


하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용도는 바로 코막힘 완화를 돕는 비충혈제거제랍니다. 비염이나 감기 때문에 코 속 비강(鼻腔)이 부어올라 숨 쉬기가 어려울 때, 페닐에프린 성분 알약을 먹거나 분무 스프레이를 사용하면 혈관이 수축돼 코막힘 증상이 줄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페닐에프린은 많은 감기약 및 알러지성 비염약의 유효 성분으로 쓰였어요. 동화제약의 ‘판콜에이’, 유한양행의 ‘콘택골드’, 녹십자의 ‘노즈그린’, 코오롱제약의 ‘코미정’, 그리고 코로나 판데믹을 거치면서 인기가 급상승한 GSK사의 ‘테라플루’가 등이 전부 페닐에프린을 포함한 약이랍니다. 



2.페닐에프린은 어떻게
막힌 코를 뚫을까요?


우리 몸의 혈관 벽에는 ‘알파-1 아드레날린 수용체(Alpha-Adrenoceptor Agonists; α-agonists)’ 라는 특별한 물질이 존재해요. 알파1 수용체의 역할을 쉽게 표현하자면 혈관의 크기를 조절하는 스위치예요. 몸에서 교감신경계 신호가 들어오면 알파-1 수용체가 이를 받아들여 그 부위의 혈관을 수축시킬 수 있답니다[1]. 


알파1 아드레날린 수용체가 하는 일 ©ezmed 2023

우리가 흔히 ‘코막힘’ 이라 부르는 증상은 감기나 알러지 등 여러 원인으로 코 속의 혈관이 부풀어 오르면서 공간이 좁아져 숨구멍이 막힌 상태예요. 혈관이 부풀어 오르면 혈액에 들어 있는 물질, 특히 액체도 밖으로 빠져 나와 코막힘이 더 심해지죠. 이럴 때 페닐에프린을 사용하면 코 속의 알파-1 수용체에게 혈관을 좁아지게 만들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어요. 그러면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 평활근(*혈관을 조이는 근육)이 수축하며 혈관이 쪼그라들죠. 그 결과 혈액이 상대적으로 덜 흐르게 되면 코 안의 붓기가 줄어들며 공간이 생기고 호흡도 편해지는 거예요.




3. FDA는 왜 페닐에프린을
퇴출시키려 하나요?

FDA OTC 모노그래프 M012: 페닐에프린 관련 조치를 선언한 부분[2]


그런데 2024년 11월, 미국 FDA의 약물 평가 및 연구 센터(CDER) 소장인 파트리지아 카바조니 박사가 추후 경구(=먹어서 복용하는) 페닐에프린 약을 코막힘 완화용 일반의약품(OTC) 성분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밟아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코막힘 치료에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학적 증거가 반복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에요.

위약 대비 먹는 페닐에프린약의 코막힘 완화 효과 대조[3]


위 그래프는 여러 함량의 먹는 페닐에프린 제제와 가짜 약(위약)을 복용한 집단의 코막힘 완화 정도를 조사한 대조 실험의 결과입니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약을 먹기 시작한 뒤 코막힘 증상이 완화되기는 했어요. 하지만 위약을 먹었을 때와 진짜 약을 복용했을 때의 그래프 변화가 서로 많이 겹치는 걸 확인할 수 있죠? 이건 위약과 진짜 약이 별로 차이가 없다는 의미예요. 이후에 진행된 메타분석 연구[4]에서도 같은 결과가 보고됐어요. 즉 위약에 비해 페닐에프린 약이 별다른 코막힘 치료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뜻이랍니다.


4. 낮은 생체이용률이

페닐에프린의 퇴출을 결정하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요? 그건 바로 페닐에프린이 우리 몸 속에서 잘 분해되는 물질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구용 약, 즉 먹는 약은 몸 속에 들어오면 간과 소장에서 화학적으로 변화돼되어 다른 물질로 바뀐 후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이 과정을 ‘약물 대사(Drug metabolism)’ 라고 해요. 이렇게 우리 몸이 대사 과정을 통해 약물을 변화시키는 이유는 몸 밖으로 빨리 배출하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약효 면에서 따져보면 되도록 처음 상태 그대로 몸 속에 오래 남아 있어야 치료에 더 유리하죠. 그래서 대사가 잘 되는 약물일수록 그렇지 않은 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생겨요. 이를 다른 말로 약물의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이 낮다 고 표현할 수 있어요. 


시간대별 페닐에프린 체내 대사 분석[5]

위 그래프는 첫 약효를 유지하는 페닐에프린 성분(*Parent PE;활성 페닐에프린. 하단 그래프)의 혈장 농도와 전체 대사 산물의 농도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적한 결과예요. 그랬더니 활성 페닐에프린은 불과 30분 안에 혈중 최대 농도에 도달하고, 이후에는 빠르게 분해되어 사라졌답니다. 이렇게 체내 대사가 빠른 페닐에프린은, 달리 표현하자면 생체 이용률이 낮은 약물인 거죠.


FDA OTC 모노그래프 M012 : “경구용 페닐에프린(Oral PE)의 실제 생체이용률은 1퍼센트 미만이며, 이는 치료 효과의 부족을 의미…”[7]


과거 의학계는 페닐에프린의 생체 이용률이 약 38 퍼센트쯤 된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최근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다시 연구한 결과, 사실은 불과 1퍼센트 미만이었다는 사실이 발견됐답니다[6]. 이번 11월의 FDA 발표에서도 관련 내용이 코막힘 완화에 효과가 없는 근거로 언급되었어요.




5.먹다 남은 페닐에프린 약,
그렇다고 버리진 마세요!


FDA의 페닐에프린 퇴출 결정은 이 약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그저 앞서 말한 이유들 탓에 먹어도 별로 효과가 없기 때문에 치료제 목록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일 뿐이랍니다. 무엇보다도 아직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았어요. FDA는 2025년 여름까지 제약업계와 연구진, 그리고 민간의 의견을 고루 들은 후에 결론을 내릴 예정이에요. 만약 유해성이 발견됐다면 바로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졌겠죠? 그래서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아직 별다른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답니다. 그러니 쓰고 남은 코막힘 약에 페닐에프린이 들어 있다고 그냥 버리지 않으셔도 돼요!


또한 이번의 퇴출 발표는 오로지 ‘먹는’ 형태의 경구용 약에 한정된 내용이에요. 비강에 직접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의 페닐에프린은 해당이 없으니, 안심하시고 평소처럼 사용하셔도 됩니다!




6. 코가 막혔을 때,
이 성분의 약을 선택하세요

FDA의 대체 일반의약품 제안 목록[7]

이번 조치 발표와 함께, FDA는 코막힘 증상을 치료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대체 일반의약품 성분 목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지금부터 그 내용을 알려드릴게요. 

-경구용 슈도에페드린 성분 제제
-다른 비충혈완화제 성분이 포함된 코 스프레이
-코르티코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제 성분을 함유한 코 스프레이

이상과 같은 일반의약품을 사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더해서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실내 습도를 50~60퍼센트, 온도는 20~22도로 적절히 유지하시면서 2~3시간마다 환기를 하면 참 좋답니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꼭 신경을 써 주세요.



페닐에프린 논란에 대한 궁금증, 조금은 풀리셨나요? 글을 읽고 궁금증이 생기셨다면 댓글을 남겨 주세요. 필톡& 건전지의 전문가들이 쉽고 자세하게 풀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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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Richard E. Klabunde. Alpha-Adrenoceptor Agonists (α-agonists) in Cardiovascular Physiology Concepts, 3rd edition textbook. Published by Wolters Kluwer (2021)

[2][7]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Amending over-the-counter monograph M012: Cold, cough, allergy, bronchodilator, and antiasthmatic drug products. Federal Register. 2024;89(217). Published November 8, 2024.

[3] Meltzer EO, Ratner PH, McGraw T. Oral Phenylephrine HCl for Nasal Congestion in Seasonal Allergic Rhinitis: A Randomized, Open-label, Placebo-controlled Study. J Allergy Clin Immunol Pract. 2015 Sep-Oct;3(5):702-8. doi: 10.1016/j.jaip.2015.05.007. Epub 2015 Jul 2. PMID: 26143019. 

[4] Livier Castillo J, Flores Valdés JR, Maney Orellana M, Satish S, Ijioma CE, Benjamin J, Ramirez Alvarez E, Martinez Ramirez M, Arruarana VS, Calderon Martinez E. The Use and Efficacy of Oral Phenylephrine Versus Placebo Treating Nasal Congestion Over the Years on Adults: A Systematic Review. Cureus. 2023 Nov 19;15(11): e49074. doi: 10.7759/cureus.49074. PMID: 38125218; PMCID: PMC10730950.

[5] Schering-Plough Corporation Briefing Document for NDAC Meeting (December 14, 2007). Understanding Phenylephrine Metabolism, Pharmacokinetics, Bioavailability and Activity. 2007-4335b1-01-Schering-Plough.pdf.

[6] Gelotte CK, Zimmerman BA. Pharmacokinetics, safety, and cardiovascular tolerability of phenylephrine HCl 10, 20, and 30 mg after a single oral administration in healthy volunteers. Clin Drug Investig. 2015 Sep;35(9):547-58. doi: 10.1007/s40261-015-0311-9. PMID: 26267590; PMCID: PMC4559581.

[7]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Key Information About Nonprescription (Over-the-Counter) Oral Phenylephrine. FDA website. Updated September 12, 2023. https://www.fda.gov/drugs/understanding-over-counter-medicines/key-information-about-nonprescription-over-counter-otc-oral-phenyleph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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