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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하워드 Dec 20. 2024

전자약 시대가 온다

먹을 필요도 주사할 필요도 없는 21세기 신약,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지난 16일, 필톡의 아버지 이형기 대표님이 tvN 화제의 교양 토크쇼. 문과VS이과 놀라운 증명 에 대한민국 이과 대표로 출연해 21세기 신약 산업 동향을 설명해 주셨어요!


문과 vs 이과, 놀라운 증명 EP.11 tvN©CJ ENM 2024


이날 방송 중 언급된 ‘전자약’이 여러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답니다. 여러분은 전자약이 무엇인지 알고 계시나요? 전자약은 이전 글에서 설명한 바이오의약품과 더불어 의약학 분야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신개념 의료기술이에요. 여러분의 가장 가까운 약물관리 동반자, 필톡이 오늘부터 2회에 걸쳐 전자약의 모든 것을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1.전자약이 무엇인가요?



전자약(Electroceuticals)은 전기 또는 전자기적 신호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신개념 의료 기기예요[1]. ‘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약과는 개념이 좀 달라요. 기존 약은 섭취하거나 주사로 몸 안에 들어와야 병을 치료할 수 있지만, 전자약은 그럴 필요가 전혀~없답니다. 전기 자극을 발산할 수 있는 작은 기계를 몸에 접촉하기만 하면 특정한 신호를 몸으로 보내 아픈 부위를 자극해서 병증을 치료할 수 있거든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사실 전자약은 우리 몸 고유의 시스템을 본뜬 장치랍니다. 우리가 몸을 움직일 때, 뇌는 중추신경계를 통해 활동하려는 신체 부위에 전기적 신호를 보내 동작 명령을 전달해요. 예를 들어 손을 움직이려 할 때는 뇌가 동작 내용을 담은 신체 신호를 내보내고, 신경 세포들이 이 신호를 손까지 전달하면 손의 근육이 그대로 움직여 명령을 완수하죠. 그런데 어떤 이유로 신호가 잘못되면 아무리 손을 움직이려 해도 그럴 수 없게 돼요. 이럴 때 망가진 신호를 정상으로 되돌리면 다시 손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겠죠? 전자약은 바로 이런 생각에서 출발해요. 그런데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전기 신호로 신경을 조절할 수 있는 걸까요? 지금부터 그 원리를 아주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2.체세포, 전기를 품다?

신경 신호의 비밀


인간을 비롯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활동은 알고 보면 전기적 작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몸 속 신경세포(neuron)를 따라 무기질 이온들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전기 신호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잠깐 학창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볼까요? 

현대의 표준 원소주기율표.

과학 시간에 배운 원소주기율표를 기억하시나요? 주기율표의 각 칸에 적힌 각 원소들이 금속성 원소라면 대체로 양전하를, 비금속성이라면 음전하를 띠기 쉽다고 배우죠. 금속 원소처럼 상대적으로 반응성이 큰 원소들은 전자(-)를 잘 뺏겨요. 이렇게 원소가 전자를 빼앗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위차를 전압, 전자의 이동을 전류라고 불러요. 인류가 만든 첫 번째 전지인 ‘볼타 전지(Voltaic cell)’ 는 바로 이 원리를 사용해 산화-환원이라는 화학적 반응을 전기 에너지로 바꾼 장치랍니다. 

 

볼타 전지의 반응 모식도,  ©2024에듀넷 byKERIS

이와 유사한 과정이 우리 몸에서도 발생해요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소화 과정을 통해 분해되면 나트륨, 칼슘, 칼륨 같은 이온들이 체내로 흡수됩니다. 이중 신경 신호 전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은 나트륨 이온(Na+)이에요. 

신경 세포의 활동전위 생성과정[2]

정상 상태에서 나트륨 이온은 주로 신경 세포의 밖에 존재해요. 금속 원소인 나트륨 이온은 전자를 잃어버리기 쉬운 성질이 있어서 양전하(+)를 띱니다. 그래서 세포막(Membrane)을 사이에 두고 세포 내부는 음전하(-)를, 바깥쪽이 양전하(+)를 띠는 차이가 생겨요(*그림 1단계 휴지전위). 이런 세포 안팎의 전기적 불균형 상태를 생물학적으로 막전위(membrane potential)’ 라고 불러요. 


그런데 감각기관에 압력, 진동, 온도변화 같은 자극이 가해지면, 세포막에 난 통로(Channel)가 열리면서 양전하를 띠는 나트륨 이온(또는 소듐; Na+)이 안으로 급속히 침투해요. 이 과정에서 세포 안쪽이 양전하로 바뀌는 탈분극(depolarization; 그림 2단계)이 발생해요. 

신경 세포의 구조 [3]

인체의 신경망은 뇌부터 신체 말단까지 서로 그물처럼 연결된 신경 세포(이하 뉴런;Neuron)의 다발이에요. 세포 안으로 침투한 나트륨 이온은 축삭돌기(또는 축색돌기; Axon)를 따라 이동한 뒤 인접한 뉴런들을 따라 연쇄적으로 흘러가면서 계속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를 만들어내요(그림 3~4단계). 즉 활동전위란 나트륨 이온의 이동에 따른 세포막의 전위차 변화와 이를 이용한 뉴런-뉴런 간의 신호 전달 과정을 의미해요.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건너뛸 때는 신경 전달 물질의 도움을 받는데 평균 약 1밀리초(0.001초)밖에 걸리지 않아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신경 신호라고 부르는 현상이랍니다. 


이렇게 우리의 몸은 매순간 신경망을 따라 오가는 이온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전기 신호를 뇌와 빠르게 주고받으며 움직여요. 전자약은 바로 이런 인체의 신경 신호 시스템을 모방해 병증의 치료에 활용해요. 그래서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특히 뇌 • 신경 관련 질환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경지가 열릴 거라는 기대가 크답니다. 



3. 전자약, 

21세기 의료의 새 지평을 열다



지금까지의 질병 치료는 주로 약물과 수술에 의존해 왔어요. 하지만 수술은 외과적인 절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위험이 따르고, 화학적인 약물 요법은 체내 대사를 거쳐야 하는 특성상 몸 전체에 약물 성분이 퍼지기 때문에 부작용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요. 예컨대 항암제 같은 독한 약물의 경우, 약물 유해반응 때문에 여러 부작용 증상이 나타나 건강이 더 악화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해요.



※국가암정보센터가 제공하는 항암제 부작용과 대처법



전자약은 기존 치료법의 단점들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외부 장치에서 전기적 자극을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체내로 흡수시킬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약물치료의 가장 큰 단점인 전신 유해반응이나 나쁜 상호작용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음식을 먹지 못하는 어린 아기나 중환자도 사용할 수 있죠. 또 수술이 아예 필요 없거나, 필요하더라도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어 환자의 부담이 덜해요[5]


글로벌 전자약 시장 규모 예측 그래프 2024-2029년

전자약 기술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큰 분야예요. 코로나 판데믹 이래 세계 전자약 산업은 원격의료, 디지털 치료제, 바이오의약품 같은 인접 분야와 더불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답니다. 여러 기관들은 2029년까지 매년 약 7퍼센트씩 글로벌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해요[6]. 


이렇게 매력적인 전자약, 과연 어떤 제품들이 실제로 쓰이고 있을지 궁금하시죠? 다음 글에서는 실제 제품에서 활용되는 기술과 함께 FDA 승인을 받고 시판 중인 제품들을 알려드릴게요!  



※함께 읽어볼 만한 매거진: 바이오의약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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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García-Alías G, del Valle J, Delgado-Martínez I, Navarro X. Electroceutical therapies for injuries of the nervous system. In: Handbook of Innovations in Central Nervous System Regenerative Medicine. Elsevier; 2020:511-537. doi:10.1016/B978-0-12-818084-6.00014-3

[2] Fletcher A. Action potential: generation and propagation. Anaesthesia & Intensive Care Medicine. 2008;9(6):251-255. doi:10.1016/j.mpaic.2008.04.004

[3] Stangor C. Walinga J. The neuron is the building block of the nervous system. In: Introduction to Psychology - 1st Canadian Edition. Open Text BCcampus. published on August 22, 2024.

[4] Magisetty R, Park SM. New Era of Electroceuticals: Clinically Driven Smart Implantable Electronic Devices Moving towards Precision Therapy. Micromachines (Basel). 2022 Jan 22;13(2):161. doi: 10.3390/mi13020161. PMID: 35208286; PMCID: PMC8876842.

[5] Kim YH, Jung SD, Lee SK, Kim HJ, Byun CW, Lee JI, Song KB, Kang SW. R&D Trends in Bioelectronic Medicines. Electronics and Telecommunications Trends. 2020;35(3):98-110. doi:10.22648/ETRI.2020.J.350310.

[6] Markets and Markets. Electroceutical market by product (implantable, non-invasive, and wearable), type (neurological, cardiovascular, and muscular), and region - global forecast to 2024.https://www.marketsandmarkets.com/Market-Reports/electroceutical-market-2220539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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