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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Jan 02. 2024

파도

파도타기를 위한 몇 가지 요령

 또 한 번의 파도가 지나갔다. 유독 혹독한 연말이었다. 도움을 청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느새 남들 모두 하나도 빠짐 없이 나만큼은 힘들다는 것을 알아버릴 만큼, 철이들어 버렸다.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간 몇가지 요령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첫째로, 외부적 요인과 나의 우울의 전후관계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즉 우울하기에 외부에서 원인을 찾게되는 것이지 외부의 원인으로 인해 우울한 것이 아니다. 둘째로 내가 질병에 걸린 상태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불쾌한 비유지만 일종의 뇌 기생충 같은 것에 감염된 상태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 상태에서 생겨나는 욕구들 대부분은, 실은 진짜 나의 욕구가 아니다. 셋째로 원래 해야할 것을 계속하는 것이다. 정 힘들다면 절반이라도. 특히 중요한 건 하루 한 번의 산책이다. 햇빛을 쬐야 한다. 어지간히 추운 날이라고 해도 말이다.


 물론 일단 파도가 몰아치면 이런 건 다 개뿔도 소용없어진다. 조금이나마 여유가 있을 때 반복해서 되새기고 또 실행해서 몸과 마음에 새겨넣는 것 뿐이다. 파도가 몰아치는 그 와중에, 그 일부라도 무의식 중에 해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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