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버린 마음도 마찬가지일지
이동목욕센터에서 공익으로 일할 때였다. 일주일에 한 번 씩 주기적으로 목욕을 받는 이들 중 내가 마음 속으로 보르헤스라고 불렀던 눈 먼 노인네가 있었다. 맹인은 남의 표정을 볼 수 없어서 그런지 표정관리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보르헤스 옹 또한 마찬가지라 얼굴에 희노애락이 그대로 드러나는 편이었다.
이전에 몇 번 다른 이들에게 클레임이 있었기에 난 손에 힘주는 걸 조심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보르헤스 옹은 남다르게 강력한 피부 마찰을 원했다. 더 씨게! 더 씨게! 주문할 때마다 한단계씩 힘을 더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포커페이스를 모르는 얼굴 가득히 못마땅함이 드러났다. 그리고는 이 친구는 인삼 좀 먹어야겠어, 하는 것이다.
다음주는 이를 악물고 있는 힘껏 피부를 문질렀다. 세상에, 나무등걸 같이 굳어버린 피부가 때타월에 쓸려 피가 나고 말았다. 사고를 친 셈이라 눈알만 굴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데, 우리의 보르헤스 옹은 그제야 만면에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지난 주에 인삼 먹고 왔나보다고 만족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