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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Jan 13. 2024

우리 중에 마피아가 있다

합법의 역겨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새벽같이 출근해야 했던 경우가 두어번 있었다. 그 때마다 나와 엇비슷하게 도착하는 직원이 있었다. 거의 매일 그렇게 꼭두새벽부터 나와서 업무를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집이 멀어서 차 막히기 전에 출근하는 거라고도 했다. 물론, 대표도 임원도 팀장도 아닌 말단이었다.


 그는 내가 퇴직할 때 쯤 승진했다. 물론 나로선 검출할 수 없었던 매우 뛰어난 성과가 선행되었겠지만, 늘 꼭두새벽부터 출근하는 '근면함'이 영향을 꽤 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업무상 그닥 엮일 일이 없어 서로에 대한 호의도 악의도 딱히 없는 관계였다. 적어도 그쪽은 그랬을 것이다. 이제와서 고백하자면 나는 그의 행동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들 이제야 잠에서 깼을 시간에 보란듯이 출근하는 바로 그 행위 말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편의점에서 일하던 시절, 옆동네에 전국 매출 1위라는 매장이 있었다. 어찌나 장사가 잘 되는지 샌드위치만 십수박스씩 들어오는데 미처 진열을 할 틈도 없이 그대로 다 팔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자랑스러운 전국 매출 1위 매장 알바생들이 안쓰러웠다. 최소 두어 명은 더 있어야 할 일을 고작 두셋이서 감당하고 있었고, 주휴수당은 커녕 최저시급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쪽 점장은 매출 1위의 보상으로 본사에서 일본 여행도 보내줬다. 그러나 만약 필요한 만큼의 인원을 고용하고 정당한 임금과 권한을 부여했다면 어떻게 산정하는지까지는 알 도리 없는 매출 1위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실은, 그 점장은 장사 잘해서가 아니라 순진한 알바생들 피 빨아서 일본 놀러갔던 것이다.


 무수히 떠나고 다시 들어오는 알바생 중엔 돌연변이가 있기 마련이고, 주어진 것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이면서도 합당하지 않은 최소한의 보상에 만족하는 이들이 생긴다. 이를테면 이후에 만난 조출맨 같은 친구이다. 그러나 그들의 특이성은 오히려 평이한 기준이 되어버린다. 왜 넌 쟤처럼 열심히 하지 않아?


 예의 조출맨이 정 출근길 러시아워도 싫고 회사 근처에 자취방 구하기도 여의치 않았다면, 근처 카페 같은데서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다 남들과 같은 시간에 오는 것이 옳았다 싶다. 부디 포괄임금제가 어쩌고 하지는 않길 바란다. 19세기 영국에선 어린이의 탄광 노동도 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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