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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Jul 06. 2024

가장 최근에 느꼈던 마음의 모순에 대하여

양가감정

 최근에 주워들은 얘기다. 판교의 어느 스타트업 신입 구성원이 입사 후 몇 달 되지 않아 퇴사했다. 판교에선 사건이라고 할 수도 없을만큼 흔한 일이겠지만, 퇴사한 직원의 출입권한을 삭제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새로운 구직 실패와 집안 사정이 겹쳐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퇴사자가 끝내 제 몸 뉘일 자리까지 잃어버렸고, 아직 출입권한이 살아있는 옛 직장 사무실에서 밤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전직 스타트업 총무로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제 아무리 셔틀콕 서른개로 배드민턴을 치는 듯 돌발적 과업이 쏟아지는 상황일지라도, 퇴사자의 출입권한 회수와 같은 일은 한시도 지체 없이 처리해야 하는 일에 속한다. 설마 그게 문제될지 몰랐다고? 또한 전직 스타트업 총무로서 말하는데,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한다. 비상식적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은 개개인의 상식이 아니라 비상식적 사건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전직 스타트업 총무이기 이전에 나 또한 인간이기에, 당연히 금방 들켰고 난리가 난 끝에 쫓겨난 이름모를 사회 초년생에 대한 연민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아마도 요새 유행따라 베리어 프리에 천장도 높았을 사무실 한 켠에 숨어들어, 결코 오늘보다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없는 내일을 기다리며 애써 잠을 청하던, 성인이 된 지 불과 몇 년 지나지도 않았을 그녀의 심정을 상상하니 마음의 밑바닥이 선득하다. 못났을 수도 잘났을 수도, 착할 수도 못돼처먹었을 수도, 일을 잘 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는 그녀가, 부디 지금은 조금 더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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