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바롬 Feb 16. 2021

별 거만 학대는 아니다

제발 그만 해 둬

 멜번 식당에서 일 할 때 이따금 실장 이모의 아들이 밥을 먹으러 오기도 했다. 대게 제일 친하다는 현지인 친구를 대동하고 있었다. 어째 몸의 비율이 불균형하고 표정은 어두운데다 매사에 의욕도 기운도 없어 보였다. 한창 성장기라 그런가 고개를 갸웃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채식주의자였다. 그것도 유제품이나 달걀마저 거부하는 극단적인 부류였다. 그런 사람들을 칭하는 용어도 따로 있다는데 기억은 안 난다. 플라시보 안드로진 에바쎄바 비건이던가?


 하여간 자기들 신념이 그렇다는데 말릴 생각도 비판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부모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신념을 자식에게까지 강요했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이에겐 유제품과 달걀까지는 허용하는 듯 했으나, 한창 성장기에 들어섰는데 턱없이 부족한게 자명했다. 알게 모르게 유제품과 달걀 먹는 거에 대한 죄책감까지 심어주고 있을 테지.


 아이에겐 다양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권리가 있고, 이는 곧 양육자의 의무다. 얼마 전 호주에서 어느 비건 부모가 아동학대로 기소됐다는 뉴스를 본 바 있는데, 예의 실장이모 아들 친구도 부디 자신의 권리를 돌려 받았길 바란다.



 하나 더, 나는 모태신앙인이라는 것도 싫어하는데, 이유는 전술한 바와 같다. 아직 자신만의 인생관을 확립하지 못한 어린 시절에는 최대한 다양한 관점과 가치관을 접해볼 권리가 있으며 이는 즉 양육자의 의무다. 설령 훗날 성장해 종교를 갖게 된다 한들 그것은 자의적 선택이어야 한다.


 특히 교리 자체가 독단성을 품고 있어 다양성을 배제하는 아브라함 계열 종교의 모태신앙은 현대 사회의 제대로 된 구성원이 되기에 치명적이라고 본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이따금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뉴스에 출연하며 살게 아니라면 말이다.


 부디 피양육인의 자유로운 사고를 제한하는 것 또한 육체적, 정신적 학대 못지 않은 아동학대라는 것에 대한 공감이 폭넓게 퍼지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페인풀페인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