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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이 된 사람 이야기 展(2023)

by 유목상점

<유물이 된 사람 이야기>2023


2016 즈음에 살던 오래된 집은 지금은 폐가가 되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철거를 기다리고 있다. 그와 유사한 폐가들을 보고 있으면 노화하는 육신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느 날엔 그 집의 지붕이 무너져 잠자는 순간 내 무덤이 되면 어떠할까 생각했다.

몇 년 뒤 박물관에 전시된 신라인의 부장품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았고 육신의 모든 곳에 착용했을 반짝이는 것들이 사람의 형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기이했다. 땅만 파면 유물이 나오는 시대에 살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면 오래된 것은 퇴적물이 되고 이전에 묻힌 것은 유물이 되거나 함께 대조하기 용이한 시료 또는 증명을 위한 재료가 된다는 것이다.

여러 해가 지나갈수록 작업실이 점점 작아진다. 내벽이 두꺼운 관속에 갇히는 느낌일까? 종종 지난 과거의 시점에 이미 죽은 상태일 것이다라고 느낀다. 어쩌면 당시에 무너진 집과 함께 갇혀있을 것일지도 모른다 여긴다. <유물이 된 사람 이야기>는 수년 동안 폐가. 하천. 골목을 다니면서 수집한 것들과 동시에 체감한 현상들을 펼쳐보고자 한다. 내가 만일 세상에 없고 나를 둘러싼 것들이 유물이 되었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사물을 변형시켜 놓으면 그것은 어떤 내용을 담게 되는 것일까.?

전시는 유물이라는 큰 타이틀 아래 잃어버린 것, 잊힌 것, 남겨진 것 세 가지 파트로 나뉜다.





1. 갈 곳 없는 오브제들.

위에서 언급한 장소에서 습득한 채집 물들을 나열 해 보고자 한다. 그중에는 값이 매겨지는 것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또는 퇴색된 것들이 뒤섞여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재료가 조합되어 의미를 기다리는 것들이 어느 순간 불필요한 기류에 놓이면 반드시 가치를 지니기까지 수 시간이 걸린다. 이때 나는 사물에 어떤 의미 부여를 하게 될지 그것들에 의해 잠식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바라건대 작업실 선반에 쌓여가는 사물들이 통용되지 않고 나만의 언어를 갖추는 것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만들고 채집한 것들을 전시 기간 동안 설명하고 소개한다.

2. 의심에서 비롯된 선택의 문제들.

<의심에서 비롯된 일>은 1999년 충북의 한 지역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다루었다.

무리한 공사로 인해 800년 가까이 되던 수령의 보호수가 죽어간 사건이다. 한 시민의 정보에 따르면 독극물이 주입되어 고사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보호수는 팔다리 없는 토로소처럼 몸통만 박제되다시피 하여 비각안에 자리하고 있다.)

오랜 시간 자리한 역사성이 사라지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며 필요에 의해서 제거되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의심들은 지키려는 상황과 파괴하려는 상황들이 각각 의심과 기대심리를 앞세워 부딪히기 마련이다.

독극물 같아 보이는 설치된 병은 라벨이 없으며 특정한 색상이 입혀져 있다. 물론 이 음료들은 마실 수 있으며, 전시 기간 원하는 대로 음료를 선택할 수 있다. 권하지 않지만 선택할 수 있는 기호성 사물과도 같을 것이다. 그것이 무해하더라도 유해한 정서를 풍길 때 더 이상 선택되지 않는 유물:유실물 이 되는 일종의 실험이다.


3. 유실물 교환 이벤트.

살면서 종종 잃어버리고 잊혀 기어이 찾지 못한 사물들을 맞교환해가는 이벤트이다.

이때 교환해 간 유실물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중요도가 나누어질 것이다. 전시장을 나서면서 다시 가방 속에, 방 안 구석에서 다시 유실물이 될 것이다. 결국 나를 둘러싼 유실물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의미가 있기는 한 걸까? 21세기의 1/4을 살아가는 시대에서 사물은 어느 위치에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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