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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꿈

by 유목상점

창문 뒤편의 오래된 집에서 누군가가 손짓한다.

매우 친절한 사람들이다

오래 사람이 그리웠던 나는 집 밖을 나선다.

그래봤자 바로 뒷집이다.

적당히 풀숲을 지나고 뒷집의 마당에 홀로 섰다.

매우 호의적이던 사람은 내게 오래되 보이는 사기재질의 반지를 건네주었다.

알 수 없는 기호들이 그려진 하얀 반지를 손에서 잠깐

가지고 놀았다.

마당 구석에 방안에 내 바로옆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낯설고 생경하게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한옥으로 보이는 고택은 그럴싸한 기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큰 방에서 상을 들고 나오는 할머니를 보았다.

오래전 돌아가신 친할머니였다.

친할머니는 무언가 차려진 상을 들고 지하로 내려가며 종적을 감추었다.

잠깐이지만 그 등장이 매우 낯설었다.

문득 등을 돌려 뒷집이라고 하는 곳으로 왔던 길을 살펴보았으나 돌아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요 며칠 심난한 때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암에 걸린 엄마와

더 이상 미술하는 것에 질려버린 나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법을 잃은 채

꿈속의 상황들은 그런 나의 상태를 그대로 투영해 냈다.


더 이상 꿈을 이어나갈 수 없는 나는

스스로 꿈을 종료시켰다.

단지 배고픔 때문에

꿈보다 더 지독한 현실세계에서의 고독함 때문에.




꿈에 자주 등장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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