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니님. 난데없이 걸린 몸살감기로 이번 주말을 골골대는 드리입니다. 이번 월요일은 7월 1일로, 이번 주는 2024년의 하반기를 시작하는 주간이었습니다. 일 년의 반환점을 돌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올해도 빠르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주니님과 이야기하며 어떤 편지를 주고받았는지 다시 살펴봤더니 올해는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보냈더라고요. 우선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던 것을 시작으로 밴드 활동을 시작하면서 낙원상가를 다녀오며 기타를 구매했습니다. 얼마 전 공연도 나름 성황리에 마무리했고 말입니다. 또, 남미도 다녀왔습니다. 다소 진부했던 이야기까지 합친다면 12시간 정도는 쉬어가며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드민턴도 배웠더라고요? 보통 한 해에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도 쉽지 않은데 올해 상반기만 따져도 꽤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솔직히 잔병치레가 많다는 건 상당히 불편합니다. 특히 기관지가 약해서 감기에 잘 걸리는 편이라 장기 여행을 떠나거나, 밴드에서 보컬을 맡을 때에도 컨디션 관리에 대한 걱정이 많았었죠. 여행에서 고산병으로 고생한 것 외에 상반기는 큰 잔병치레가 없구나 싶게도 건강하게 보냈습니다. (감기를 자주 걸리는 만큼 감기의 전조증상을 잘 알고 있어 미리 드러누운 걸 빼면 말이죠) 그리고 상반기를 마감하면서 동시에 방점을 찍는 것처럼 몸살감기를 앓는 한 주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점점 시간이 빠르게 느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 가지에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상대성이론(?)과 노화입니다. 예를 들어 10대에는 1분에 20가지의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 30대에는 15가지 정도 인지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죠.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경험이 적어지고 반복되는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두 번째 말에 공감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도전과 경험을 계속 멈추지 않으려 하는 편입니다. 나름 얇고 길게 살고 싶단 목표가 있거든요. 그래서 자체적인 장수의 방법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더 길게 사용하는 방법은 글로 남기는 것이더라고요. 일기를 포함한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들이라면 크게 공감할 겁니다. 결국 기억이라는 건 휘발되니까요. 그래서인지 우리가 반년 조금 안되게 주고받은 편지들이 여러모로 값지게 느껴집니다.
자이언츠 팬들이 하나쯤은 들고 있을 법한 짤이 있습니다. '대자연 정도인가…. 롯데의 연승을 막을 수 있는 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최근 자이언츠는 지지 않을 것 같은 경기력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계속 홈경기였으니 이동 없이 컨디션만 잘 유지된다면 하반기 시작을 위한 발돋움이 되지 않을까도 싶었죠. 그렇게 비가 오며 우천 취소가 되기 시작하더니 비가 끝나고선 연패를 마지막으로 올스타 브레이크에 들어갔습니다. 보통 경기가 절반이 넘어가는 시점에 각 팀의 인기 있는 선수를 팬들과 감독 등의 투표를 통해 선발하여 팀을 나눠 경기하는 KBO의 '별들의 전쟁'입니다. KBO 팬들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는 화합의 장이기도 하고요.
출처: 꼴데툰
이번 올스타전 당연히 주니님도 보셨겠죠? 어휴 '우리' 선수들 왜 이렇게 매력적이랍니까. 특히 베스트 퍼포먼스 상을 거머쥔 마황(마성의 황성빈)을 어떡하면 좋습니까. 하나하나가 절실해 보이던 선수가 저렇게 활약해 주는 모습을 보니까 더욱더 사랑스럽더라고요. 이번 올스타전도 역대급으로 예능의 요소가 넘쳤지만, 특히나 재미있던 부분은 역시 이벤트게임에서 우승했던 것이었어요. 그리고 황성빈 선수가 그런 말을 했죠. "이기는 것도 습관이라고. 한번 우승하니까 계속 우승하는 것 같습니다." 2연속으로 우승한 팀의 멘트였습니다. 이에 달린 댓글이 더 인상 깊은데요. '평행 세계의 자이언츠 같다. 행복해라.'
출처: SBS SPORTS
굳이 자이언츠와의 공통점을 끌어내자면 새로운 시작 전 조금 절어 놓고 시작하는 것 정도려 나요. 새로운 시작 전 지금까지 쌓여온 여독을 한 번에 떨쳐버리고 출발하는 느낌인 거죠. 어차피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경주가 아니니 '시작부터 왜 이래?'라는 말을 생각하진 않습니다. 언젠가 털어낼 걸 미리 털고 가는구나. 액땜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해도 충분하니까 말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마침표를 한 번은 찍어 줘야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답니다.
우리 모두 평등하게 주어진 같은 시간을 걷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에 앞서 주니님은 하반기에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저는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 합니다. 헬스장을 다시 방문한 지 딱 3일 만에 몸져누운 게 부끄럽긴 하지만요. 그리고 밴드 공연이 10월에 새로 잡혔습니다. 이번에도 세 곡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기존에 하던 곡 한 곡과 함께 새로운 곡 두 개를 연습할 듯합니다. 그리고 최근 도파민에 절인 뇌를 세척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시간을 늘려보려고요. 책을 좀 읽어볼까 싶습니다. 월 한 권 정도로는 괜히 아쉬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미래에서 온 사진, 10월 공연
당연히 직관도 더 가고 싶고 주니님과 함께하는 시간도 만들어야겠죠. 다음 주면 벌써 프로야구에서 하반기로 부를 수 있는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페넌트레이스가 다시 시작됩니다. 마지막이 연패라서 아쉬운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최근의 상승세가 꺾였다곤 생각하지 않거든요. 아시다시피 선수들의 표정부터가 다르지 않습니까. 감독의 역량에 따라 이렇게 팀 컬러가 바뀐다고? 싶을 정도로 많이 바뀌었단 말이죠. 전에도 말씀드렸나요. 마블 캐릭터인 캡틴아메리카가 토르의 망치를 들기 전까진 그냥 리더십 하나로 어벤저스에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인물이었다고요. 그만큼 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역량이 크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더라고요.
저는 감투병에 걸려있던 사람입니다. 입사하기 전까진 조직을 이끄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었죠. 애초에 리더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적은 공학을 전공해서였을까요. 혹은 이끄는 것에 대한 욕망이 저보다 큰 사람이 없던 조직에 있어 왔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제 주요 역량에 리더십이 있다는 생각도 해봤고요. 애석하게도 회사 생활 8년 동안 아직 막내 생활을 하는 중입니다. 상황에 적응을 꽤나 잘해버렸고요. 요즘은 끌려가는 게 너무 좋습니다. 사회에서 리더의 역할이 갖는 무게감 때문일까요. 아니면 현실에 안주해 버린 것 때문일까요.
얼마 전 만났던 오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보는 난 어떤 사람이야?"
"예전엔 좀 더 눈이 반짝이고 꿈이 있었다면, 지금은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바뀐 것 같아"
대답이 묘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상실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바뀌고 변해가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친구의 모습에 뒤로 처져 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때를 떠올리면 질문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번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동안 제 눈을 피하던 친구의 눈길이 밟힙니다. 일상적인 것들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더 있을까. 해야 하는 일이 더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네요.
자이언츠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듭니다. 분명 최근 많은 변화가 있었고 새로운 노력이 계속 있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은 초반 농사가 거의 흉작이었습니다. 중위권을 노려는 볼 수 있을까 하는 성적으로 시작했었죠. 꽤 많이 올라왔습니다. 내부에서는 분명 거창한 목표로 시작했을 텐데, 좌절스러운 성적으로 시작을 했단 말이죠.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니 지금이 되었습니다. 팀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순풍이 불기 시작하니 꽤 흥겨운 야구를 보이기도 합니다. 기존 선수들이 가지고 있던 역량을 잘 활용하는 감독과 코치진이 합류한 덕분이고요.
업무적으로는 주어진 환경과는 다르게 제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언젠가 뿜을 날이 오겠죠. 만약 그럴 기회가 없다면 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분명 그런 게 옳을 때가 오기도 하겠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도 아직은 좀 더 잡아보려 합니다. 꽤 오랜 취미생활인 야구 관람이라거나, 오래 묵혀둔 버킷리스트인 기타 연주 등과 같은 말이에요. 아직은 불안한 감정이 듭니다. 그래도 이런 감정은 평생 안고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으니, 조금씩은 방향을 바꿔가며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면 더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자이언츠가 중위권을 노리고 가을야구를 노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매번 '올해는 다르다.'며 새로운 다짐을 하는 자이언츠가 참 싫으면서도 좋습니다. 매번 시작에 희망차고 달려 나가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거든요. 즐겁자고 보는 스포츠가 굳이 우리의 삶과 닮을 필요가 있나 싶어요. 요즘 유행하는 먼치킨 주인공처럼 계속 이기기만 해도 즐거운 게 스포츠인데 말이죠.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큰 성취가 오는 것도 자이언츠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여하튼 올해도 색다르게 흉작으로 시작했으니, 하반기에는 큰 성취를 기대해 봅니다. 저도 하루하루에 몰입해서 또 조금은 다른 제가 되도록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