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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Nov 19.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79

10장 4일째

279.


 아마 그때도 괴물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마동은 미소를 짓던 얼굴에서 곧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지만 마동은 자신이 웃는 얼굴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칠지 잘 알고 있었다. 웃는 모습이 모든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마동처럼 웃는 모습이 기이한 굴절을 가지고 상식에서 벗어나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어쩌면, 대부분 사람들이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는 하지만 찍힌 사진을 보면 자신은 그 얼굴을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언제부터 웃지 않게 되었을까.


  여기서 웃음이 더 사라진다면 개성이 말살된 얼굴이 되고 말 것이다. 그저 백화점 한편을 장식하고 있는 마네킹의 얼굴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슬픈 마네킹’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슬픈 마네킹의 모습을 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마동은 우스워서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저, 그런데 선생님, 의사 선생님은 어째서 그런 저를 알아보셨는지? 처음부터 알고 계신 건지……. 선생님께서는 혹시 형성 변이자를 알고 계십니까?”


 자신의 팔을 접었다 폈다 하는 의사를 마동은 보았다. 당신의 말이 무슨 의미지? 하는 표정으로 의사는 대답을 대신했다.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가진 의사는 잘생겼다. 티브이 화면에 나오는 잘생긴 남자 연예인에게서 벗어난 얼굴이다. 그저 잘 생겼다는 범주를 뛰어넘었다.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낼 수 없는 얼굴일지도 몰랐다. 의사의 잘 생긴 얼굴은 신의 영역 속에 있는 얼굴 같았다. 그렇지만 의사는 인간적이다. 모든 판단은 냉철하게 하지만 마음의 한 부분은 따뜻함이 서려있다고 의사의 얼굴에 쓰여있었다. 따뜻함이 아우르는 의사의 인간성에 사람들이 매료되어서 꾸준하게 의사를 찾아와서 진료를 받는다. 의사는 마동을 보며 웃었다.


 그래, 웃음이란 이렇게 얼굴에 나타나야 한다.


 “무엇 때문에 당신 몸에 변이가 일어나는지 저도 자세하게 모릅니다. 허나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지금 이 초고도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이를 합니다. 그것이 눈에 띄는 변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죠.”


 “마동 씨, 어느 쪽이 더 무서울까요. 눈에 띄게 변이 하는 쪽일까요? 그렇지 않은 쪽일까요. 눈에 드러나지 않게 변이를 하는 인간은 무서워져 갑니다. 옆의 누군가를 밟아야만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사람들을 점점 변이 시킵니다. 타인의 사정이나 친밀도는 상관하지 않죠. 무섭습니다. 마치 꽃과 같아요.”


 “꽃이요?”


 “네, 들판과 거리에 피는 ‘꽃’ 말입니다.” 의사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마동이 여자였다면 분명히 의사에게 매료되어서 저녁 약속을 잡았을 것이다.


 “꽃은 겨울에 사라졌다가 봄이 되면 어김없이 핍니다. 그것에 이변이 없어요. 불변입니다. 매년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고 시간이 되면 말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러는 동안 인간은 나이가 들어 서서히 늙어가죠. 아프고, 병들고, 때로는 삶을 고통 속에서 허덕입니다. 하지만 꽃은 그런 인간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아요. 때가 되면 처음처럼 마치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무심하게 예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죽어 가지만 꽃은 생생하게 피어납니다. 필멸하는 하는 인간에 비해 피고 지는 것으로 꽃은 영원성을 유지합니다.”


 분주하던 의사의 손놀림이 멈추었다. 의사는 마동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의사의 손바닥으로 여러 가지 감정이 전이되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의사의 손바닥이 말을 하는 건지 변이를 피하려 들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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