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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4. 2020

내 폰엔 배달 앱이 없다

일상 에세이

포장해서 들어온다


나는 배달을 거의 시켜먹지 않는다. 배달앱도 깔려있지 않다. 그래서 불편한가 하면 그렇지 않다. 집에 있는 시간이 잠자는 정도의 시간밖에 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거니와 음식을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음식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집으로 올 때 포장을 해서 들고 온다. 주문을 하고 앉아서 대기하는 게 아니라 조깅을 하러 가면서 주문을 하고 조깅이 끝나면 받아서 오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런 것이 요즘에 반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언택트 시대에 배달이라는 것은 떼려야 뗄 수 없고, 또 문 앞에 두고 벨만 눌러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준다. 아주 간소한 음식도- 요컨대 짜장면 한 그릇도 배달해주고, 국수 한 그릇도 배달을 해 준다. 한 그릇은 배달 안 됩니다, 같은 말을 들을 필요도 없다. 그리하여 배달앱에 한 번 빠져들면 끊을 수 없다,라고 하기보다 사용을 중지할 수는 없게 된다. 티브이의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예능도 한몫했고 그것이 트렌드이자 요즘의 언택트 시대에 살아가는 당연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일인 거주자는 끼니를 만들어 먹기보다 때우기에 더 가까운데 음식을 해 먹는 것이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 또 배달보다 더 비싸게 치기 때문에 일인 거주자가 요리를 해 먹으려면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한다. 요리를 하고 나면 치울 거리도 많다. 그럴 바에는 배달을 해 먹는 게 시간이나 돈이 적게 든다. 요즘은 배달을 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맛으로 지켜온 음식점도 배달앱에 등극을 하는 형편이다. 


그리고 배달앱을 통해 음식의 조리의 정도도 선택을 할 수 있다. 들어가는 재료 또한 지정하여 넣을 수 있기에 당연하게도 비대면 주문방식이 작금의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흐름에 동참을 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곳 근처의 작은 스파게티 전문점에서도 주문은 테이블마다 로봇이 찾아가서 받는다. 이런 시대에 배달앱이 없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있다. 


그건 뭐랄까, 무더운 여름에 모두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혼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할까. 모두가 정장에 구두를 코디하는데 정장에 운동화를 신는 것과 흡사할까. 아무튼 폰에 배달앱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만 나의 폰에는 그것이 없다. 게다가 나는 폰에 깔린 어플이 총 서른 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배달을 시켜먹지 않지만 그래도 배달을 해서 먹기도 하는데 그게 바로 바닷가에서다. 그때 배달앱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배달앱으로 바닷가로 배달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어떻든 가끔 누군가가 내가 사는 바닷가에 눌러 왔을 때 치킨을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바닷가에 앉아서 먹으면 뭐든 맛있지만 치킨 역시 맛있다. 해운대에서도 치킨이 가장 맛있는 것 중 하나라고 하던데. 하지만 치킨은 주로 포장을 해서 바닷가에서 먹는다. 배달은 안 되지만 근처에는 예전에 백종원의 삼대 천왕에서 백종원이 방송에 소개한 치킨집도 있다. 이 치킨 집(위의 사진 치킨은 아님)은 아주 오래된 집으로 배달이 없다. 그리고 하루에 정량만 판다. 그래서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먹지 못하는 치킨 집이다. 치킨인데 탕수육 같으면서 치킨인 그런 치킨이다. 아무튼 아주 맛있다. 그걸 포장해서 바닷가에 앉아서 먹어도 맛이 난다.


무엇보다 바닷가에서 먹으면 맛있는 것 중에 최고는 짜장면이다. 바닷가에 짜장면집이 있어서 배달을 할 필요 없이 그릇째 들고 밖에서 먹으면 바로 바다이기 때문에 그 맛이 배가 되는데, 실내에 앉아서 먹어도 유리창을 통해 바다가 보인다. 바닷가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방파제가 나오는데 거기서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다가 짜장면을 배달을 시켜 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방파제에서 배달을 시켜 먹는 것은 쓰레기가 나오기 때문에 별로다. 예전에는 테트라포드에 짜장면 배달 010-XXX-XXXX 같은 번호를 페인트로 써 놓기도 했지만 요즘은 없는 것 같다. 요즘은 방파제가(슬도) 관광지가 되어서 거의 가지 않는다. 


바닷가에는 편의점이 여러 개 있고 바닷가의 편의점은 야외 테이블이 잘 되어 있어서 거기서 먹으면 좋다. 굳이 테라스가 좋은 카페에 갈 필요도 없다. 치킨을 포장해서 편의점에서 맥주와 음료를 잔뜩 사들고 거기에 앉아서 먹으면 운치도 좋고 나무라지도 않는다. 세상에는 배달앱 없이는 안 되는 사람과 배달앱 없이도 아무 상관없이 잘 살아가는 사람이 공존한다. 새벽 4시와도 같다. 그 시간은 해가 뜨기 바로 직전으로 집으로 들어오는 사람과 집에서 나가는 사람이 공존하는 기이한 시간대다. 우리는 그런 시간대에 같은 공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는 멀리서 보면 모두 희극이지만 안을 잘 들여다보면 비극적인 요소가 짙다. 아마도 배달을 시켰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은 비극이다. 그럼 점에서 직접 포장은 또 그런 비극에서 조금은 자유롭다. 어떻든 요사스러운 배달앱은 지금도 열심히 울려댈 것이다. 



짜장면 집에 붙어 있는 카페. 비 오는 날


차가운 날의 바다는 맑고 깨끗하고 청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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