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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4.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94

11장 4일째 저녁

294.


 하지만 지금 마동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는개의 모습에서 그렇게 단단한 벽 같은 모습은 없었다. 그럼에도 회사 내에서 공사를 구분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포니테일을 한 그녀의 얼굴은 타인에게 보여주기로 작정한 것처럼 밝고 예뻤다. 그런 그녀가 어째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마동은 알 수 없었지만 그 관심은 일시적인 것이라 여겼다. 지금은 연락도 없이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는 자신과, 연락도 없고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실종이 되어버린 최원해 부장의 일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마동은 그런 것보다 그녀에게 손끝이 닿았을 때 나타났던 그 광경과 느낌을 같이 느꼈는지 묻고 싶었다. 그리고 느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 때문에 알려달라고 하고 싶었다. 는개와 손끝이 닿는 순간 마음속의 긴 침묵이 깡그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알 수 없는 환영들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광경도 보였다. 물어보고 싶었다. 질문할 것이 많았다. 마동이 먼지 식사 제의를 했고 그녀가 응했다. 도도하고 자존심이 강할 것만 같은 그녀가 마동의 식사제의에 바로 응한 것이다.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그녀의 얼굴은 회사에서 볼 때보다 수척해져 있었다. 그렇게 보이는 것이 단순히 배가 고파서만은 아닐 것이다.


 “당신은 항상 이야기를 재미없게 하는군요. 당신 이야기를 들은 옆 테이블의 사람들이 이미 다 나가버렸어요.” 는개는 여봐란듯이 양손을 들어 보이고는 웃었다. 눈가의 주름이 예뻤고 피부에 빛이 났다. 수척한 분위기만 뺀다면 카페를 환하게 할 여자였다.


 “가자고, 식사하러 가야지.”


 “커피는 더 안 마세요?”


 는개는 마동의 커피 잔속의 찰랑거리는 커피를 바라보았다. 커피는 슬퍼 보였다. 음료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케냐 AA이었지만 이제 마동의 잔속에 담긴 커피는 주방으로 들어가서 하수구 구멍으로 버려질 것이다.


 “오늘 너무 많이 마셨어.”


 마동의 말에 는개는 미심적인 눈빛을 보였지만 그녀는 비현실적이게 속아 넘어가는 표정으로 자신의 잔속의 커피를 마저 마셨다.


 “ 이곳의 커피는 맛있군요. 커피가 식어도 참 좋아요.”


 “이 집만의 비밀이야. 인스턴트보다 훨씬 깔끔하지. 커피의 다양한 맛도 즐길 수 있고 말이야. 실은 커피가 꽤 다양한 맛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세련되진 않지만 이 작은 카페를 선호하는 거야.” 마동은 마치 카페의 주인처럼 말했다.


 “종종 와야겠군요. 집에서도 그렇게 멀지 않고 말이에요. 오면 커피는 사주겠죠?” 는개의 말에 마동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앞으로 이 카페에 다시 오겠다는 보장이 없었다. 밖의 하늘에서는 마른번개가 치고 있을 것이다. 며칠 전보다 더욱 강력하고 주기가 빨라졌다. 그 마른번개가 내리치는 것에 의해서 마동에게는 어떠한 틀이 형성되어 가고 있을지 몰랐다. 거기에는 적어도 앞으로 종종 이 카페에 와서 다양한 커피의 맛을 즐기지는 못할 것 같은 혼란스러움이 있었다.


 “무슨 음식을 사줄 건데요?”


 “글쎄, 적어도 기린 고기는 먹지 않을 거야.”


 “재미없는 사람. 흥.” 는개가 재미있어했다.


 마동과 는개는 카페를 나왔다. 여름밤의 후텁지근한 공기가 사람들의 호흡기를 괴롭히는 듯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입에서 연신 덥다는 말이 개구리처럼 튀어나왔다. 밤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환했다. 치누크의 냄새가 났다. 여름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포니테일을 살랑거리며 흔들었다. 마동은 는개의 의식에 집중을 했지만 그녀의 의식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어쩐 일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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