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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5.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95

11장 4일째 저녁

295.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들렸지만 분홍 간호사와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가진 의사처럼 는개의 의식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생각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의식에 다가 갈수록 꺼져버린 라디오 주파수처럼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공백만이 커져갔다.


 는개의 생각이 들리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당신은 참 기이한 구석이 있는 거 같아요. 어째서 낮의 얼굴과 다른 거죠? 저 당신을 굉장히 걱정했다구요. 누군가를 이토록 걱정해보기는 처음인 듯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런 마음 아시죠?”


 눈썹이 가지런했다. 가지런했지만 한쪽 눈썹이 살짝 지워져서 조금 옅었다. 여자들은 눈썹을 매일 아침에 손질하고 나오지만 양쪽 모두 가지런하게 그리지는 못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는개의 눈썹은 양쪽 모두가 가지런했다. 그래도 같지는 않았다. 만약 같았다면 인간적으로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르지만 가지런한 눈썹이 마동의 눈에 들어왔다. 깨끗하게 목욕한 새끼 고양이의 털 같았다.


 “무척 영광입니다.” 마동은 는개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장난치고는 정말 재미없는 거 알죠? 일부러 이렇게 재미없으려고 해도 힘들 거예요.”


 “고맙다는 말이야. 누군가 나를 위해 걱정해 준다는 건 나에게 극히 드문 일이거든.”


 “저 당신을 꽤 오래전부터 걱정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마동은 고개를 끄덕이며 는개의 옆에서 같이 걸었다.     


 는개가 보이는 관심은 무엇일까. 이 여자를 좋아하게 되면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틀어져 버린다. 그동안 죽음으로 다가가는 훈련도, 받아들이는 것도, 받아들인 것도, 모든 것이 어긋나 버린다.


 웅웅.


 또다시 마동의 의식으로 사람들의 집단적 사고의 무의식의 울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마동은 조금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세. 차. 게.


 “제 말이 틀렸다는 말이에요?”는개는 머리를 흔드는 마동을 깊이가 옅어진 눈으로 지긋이 쳐다보았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구. 이건 말이야 두통이야 두통.” 마동은 는개에게 손짓을 하며 당황스러움을 표시했다. 옆에서 걷던 마동은 앞으로 나아가서 는개를 바라보며 두통은 동반하는 행동이 여러 개 있으며 그것에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 수밖에 없는 행동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당황하니 당신도 조금 귀여운 구석이 있군요. 그래요, 사람은 여러 가지 감정을 가져야 해요.”


 는개는 웃었다. 고른 치아가 예쁘게 세상에 드러났다. 그녀가 시선을 정면에 응시하고 나니 깊이의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 눈 속은 중핵처럼 보였다. 중핵의 힘은 연약했지만 끈기가 있어서 끊어지지 않아 보였다. 깊이가 없는 눈빛에서부터 깊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눈빛을 는개는 가지고 있었다. 마동은 는개의 눈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신비스럽기 만한 눈빛의 세계에 빠지면 분명 나오기 힘들 것이다. 지금도 좀처럼 시선을 돌리기 싫을 만큼 매혹적인 눈빛이었다.


 “어디로 가죠? 당신이 정해 봐요. 당신 집 근처잖아요. 저 배가 고프다구요. 배가 고프면 사나워진단 말이에요.”


 사람들은 낮 동안 태양에게 자신의 표정을 빼앗겨버려 태양이 사라진 후에도 빼앗긴 표정은 좀체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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