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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6.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96

11장 4일째 저녁

296.


 “집 근처라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밥을 먹은 적이 없어. 보통 집에서 먹지. 근처에서 먹어 본 적은 없는데…….”


 “그래요? 그럼 당신의 집에서 밥을 먹도록 하죠. 당신, 회 좋아해요? 제가 회를 만들어 드리죠. 수산시장으로 가요. 여기서 가까우니까.”


 마동은 조금 놀란 모습이었다가 곧 흥미로운 얼굴로 바뀌었고 는개의 말대로 택시를 잡아타고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신호등을 감안하더라도 10분 정도 가면 수산시장이 나온다. 는개는 택시기사에게 에어컨이 너무 세게 나온다고 말했고 택시기사는 알았다며 한 단계 줄였다. 그녀는 아마 마동의 두통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 두통은 그런 범주의 두통이 아니야, 라며 마동은 는개의 무의식으로 자신의 의식을 텔레포트해보았지만 는개의 의식에 닿지 못했다. 닿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도 마동은 생각을 는개에게 보내려고 시도해 보았다. 시도를 할수록 머리가 무겁고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포기하고 택시 뒷자리의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택시의 창밖으로 저 멀리서 마른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번개의 존재를 인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저렇게 큰 번개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데도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하고 가던 길을 갈 뿐이다. 택시 안의 내비게이션 티브이에서 일기예보가 나왔지만 마른번개에 대한 소식은 전혀 없었다.


 웅웅.


 사람들의 집단적인 웅성거림이 이명이 되어 잠시 들렸다가 마동이 집중을 하니 다시 가라앉았다. 컨트롤 제어가 완벽하게 되었다.


 “안톤 체호프의‘드라마’에서 여자가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들어달라고 하잖아요? 그 작가는 왜 자신의 작품만을 고집할까요? 타인의 창작물은 도저히 값어치가 없다고 느끼는 걸까요?”는개는 마동의 옆으로 좀 더 다가왔고 시선은 마동의 입술로 향해 있었다. 그녀만의 피부 냄새도 가까이 다가왔다.


 “당시엔 뭐랄까 지금보다 다양함이 떨어지니까.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했잖아? 의사를 하면서 글을 쓰기도 했고 수학자이며 동화작가이기도 했으니까. 지금은……. 음 그러니까 현재는 예전보다 복잡해진 다양성 속에서 하나의 직업이나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어. 어쨌든 그 당시는 지금과는 다르잖아. 현재는 거미줄 같은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아주 단순하게 움직이고 있어.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득 안고 있고 말이야. 국가는 개개인의 잘못으로 모든 것을 떠넘기지만 결국 구조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 다수의 국민만 흔들리기 마련이야. 거기에는 국가가 자본이라는 것을 만나면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는 거야. 그러니 단순한 패턴 속에서 개개인은 다양성을 접촉하려고 해. 운전을 하면서 다양한 케이블티브이를 봐야 하잖아(운전기사가 일기예보와 시사프로그램을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보고 [도로에서 불법이지만] 있었고 시사프로그램은 곧 있을 지방의 단체장 선거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지만 대부분 비방 론을 펼치고 있었다). 골프도 치고 접대도 해야 하고 치과 예약과 치료받는데 한 시간 이상 공을 들여야 하고 말이지. 하루가 모자라는 시간을 우리는 보내지. 체호프가 있던 당시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정보를 발 빠르게 주고받는 따위의 노동을 할 수 없었던 시기였잖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서(거리가 얼마가 됐던) 그 사람을 만나야 했고 손으로 만져야 했어. 화면이 아니라 눈을 보며 대화를 하며 속삭이는 시대였어. 시간을 들여 오로지 관찰하고 또 사색하고 느껴야 했어. 스마트폰을 보며 감정을 소모하며 밀고 당기지 않았었어. 편지를 받으려면 한두 달은 족히 걸렸지. 체호프는 당시에 나 이외의 사람들에 대해서 사유를 하고 글을 쓰는데 몰두했던 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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