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하나 없는 채로

시가 되려는 글귀

by 교관
표지1.jpg



다리 하나 없는 채로



죽창이 오는가 싶더니

장갑을 낀 손으로 더듬더듬 거리는가 싶더니

문어는 제 살던 곳을 버리고 더 깊은 곳으로

바위 사이를 파고든다

꿈틀거리며 비집고 들어가 몸을 말고

뱃속의 새끼를 움켜쥔다

해수의 영향으로 차가워진 바다가

바위 사이를 스며든다

문어는 깜짝 놀라 움직이지 못하고

몸은 더 단단하게 말고 가만히 가만히 배를 부여잡는다

바다는 더 차갑게 변한 얼굴로 문어를 덮는다

꾹꾹 저며오는 기나긴 파랑

문어는 뱃속의 새끼들을 생각한다

움직일 수 없는 문어는 자신의 다리 하나를 떼서 먹는다

바뀌는 세상은 문어를 받아들인다

찬 바다가 물러났을 때 문어는 파란 하늘을 본다

다리 하나 없는 채 밥상에 오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울 1964년 겨울 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