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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4. 2020

나는 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다

하루키 에세이


하루키는 늘 저런 식으로 멋을 부렸다.

하루키의 '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다'라는 챕터를 읽어보면 하루키는 아주 사소한, 정말 조그마한 일에서 큰 기쁨을 누리고 있었고, 누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하루키의 독자들 내지는 하루키의 소설은 멀리하더라도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확행'을 실행하고 있고 느끼고 있다는 인증샷을 SNS를 통해 나누고 있다. 모두가 작은 일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작은 일에서 행복하다면 인간의 삶은 지금보다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루키가 작은 일에서 행복을 느끼는데, 김수영 시인은 고기가 별로 없는 설렁탕에 화가 나고, 당당한 말을 하다가 잡혀간 소설가들을 위해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는 작은 일에 화가 나서  '나는 왜 자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를 썼다. 그리고 후에 소설가 박완서도 김수영 시인의 글을 읽고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산문집을 냈다. 


나는 과연 작은 일에서 확실한 행복을 찾는가 물어보면 대답하기 애매한 것이 큰 일로 행복을 찾는 경우가 없었기에 행복을 느끼는 모든 것이 먹는 것, 입는 것, 자고 보는 것에서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작은 일, 큰 일 나누는 일이 나의 인생에는 애당초 없었다는 것이다. 소확행이라는 말은 하루키로 인해 언젠가 우리의 삶 속에 뿌리 깊게 파고 들어왔다. 하루키가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건 대작가로 일반인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하루키는 직장을 다니는 보편적인 일반인의 생활방식에서 벗어났다. 새벽 5시나 6시에 일어나서 하루키의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밤 9시 정도에 잠이 든다. 이렇게 작가의 삶으로써 지켜가야 할 무엇인가를 위해 하루키는 '글'이라는 소통창구를 통해 '글로소득'을 얻고 그것으로 독자들과 만나왔다. 이렇게 우리와는 다른 하루키가 작은 일에서 큰 기쁨을 얻는 것은 우리가 작은 것에서 얻는 기쁨보다 확실하게 크다는 느낌이 든다. 


요컨대 티브이의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작품을 하나 끝내고 일반 친구들과 만나 우리가 늘 하는 것들, 거리를 걷고 떡볶이를 리어카에서 서서 먹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마치 세상에서 처음 해보는 것 같은 기쁨으로 충만한 일들이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런 작은 일들은 분명 '소확행'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흥행을 하고 100만을 넘어 900만으로 관객이 넘쳐나고 그리하여 여러 국제 영화제에 불려 다니면서 대배우의 길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행복함을 의미상 '대확행'이라고 한다면, 소확행보다는 대확행이 더 몰아치는 파도처럼 와 닿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 일반인들과의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소확행'이라는 것이 우리가 느끼는 '소확행'보다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창작의 고통은 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것이고, 실패를 거듭하던 배우들이 시간이 많이 지나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을 때 예전의 어려웠던 시절, 다시는 돌아보기도 싫은 그때의 삶을 그리워하고 그때 먹던 것들을 먹으며 작은 행복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팔을 뻗어서 안을 수 있는 것에서 느끼는 작은 것들에서 행복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추울 때 조깅을 하고 들어가서 먹는 따끈한 된장국 한 그릇에 위로를 받고 행복하니까. 단지 크고 넘쳐나는 엄청난 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에 작은 것들에서 느끼는 모든 것이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덜 불행하게 지내는 것. 인생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갈구하기에 일정한 선, 그 밑으로 내려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 자아의 확대보다 축소하는 것. 인간관계를 줄이는 것. 새로운 것보다 가진 것에서 만족하는 것. 읽었던 책을 계속 읽는 것. 아직 대출이 한 번도 없다는 것. 빚이 하나도 없다는 것. 이런 것들이 나를 대체로 지탱하고 있다는 것. 그리하여 행복하기보다 앞으로도 덜 불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루키는 이런 2만 원짜리 시계를 여러 개 구입하여 누군가를 만날 때 번갈아 가며 차고 나간다
초대되어 간 집에서 내온 케이크들. 분명 너무 달아서 하루키와는 맞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런 일들이 하루키에게 소확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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