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Dec 30.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20

11장 4일째 저녁

320.


 는개는 심장이 뛰는지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셨다. 마동의 눈앞에 중학생인 그녀와 그녀를 겁탈하려는 남자 세 명과 그들의 곁으로 서서히 다가가는 남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무서운 현실의 그림은 저 먼바다에 떠 있는 고깃배처럼 작고 희미해서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고 겪지 말아야 하는 일을 그녀는 겪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문제가 생겼다면 해결책이 있어야 하지만 해결이 되지 않게 끝나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는개는 새아빠에 의해서 어린 시절에 긴 시간 동안 수치심을 느껴야 했고 새아빠라는 사람의 사주로 인해 겁탈을 당하는 일을 겪으려 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남학생이 흘리는 눈물은 무서움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어요. 환멸이라고 해야 할까요, 증오라고 불러야 할까요. 세상을 향한 혼란스러움에 흘리는 눈물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나를 위한 연민의 눈물 같았어요. 그래요. 분명했어요. 그때 남학생의 앞을 칼을 든 사내가 가로막았어요. 그런데 남학생은 칼을 든 사내가 앞을 막았음에도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로 다가왔어요. 마치 사람이 없다는 듯이. 투명한 물체를 통과한다는 듯이 말이에요. 남학생은 분명 두려움에 떨고 있었거든요. 더 분명한 것은 그가 흘리는 눈물은 두려움에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는 거예요. 나를 위해서 흘리는 눈물처럼 저는 느껴버렸어요. 초월한 눈물이었어요.” 는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는 칼을 든 사내가 위협을 하는데도 무시하고 나에게 걸어왔어요. 천천히 한 걸음씩. 칼을 든 사내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얼굴이었다가 이내 다시 굳어진 표정을 하고 남학생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이렇게 주택이 모인 골목 안에서 소리를 질렀어도 누구 하나 나오지 않았어요. 칼을 든 사내는 이성을 잃은 것 같았어요. 자신이 학생에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했어요. 자존심이 밟힌 사내는 자제력을 잃고 자세를 취하고 남학생에게 다가가서 그 학생의 팔을 붙잡고 학생의 목에 칼을 꽂으려고 했어요.”


 단단한 침묵.


 는개의 목으로 와인이 넘어가는 소리가 침묵을 가로질렀고 마동의 목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울렸다.


 “그때 내 눈에 어떠한 광경이 들어왔어요. 어떤 현상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 남학생 머리 주위에 우로보로스의 띠 같은 불빛이 빛났어요. 그 불빛은 희미하게나마 스네이크 드래건의 형상을 띠었어요. 분명 그랬어요. 남학생의 머리 주위를 빙빙 돌며 우로보로스의 띠 같은 불빛이 환해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거세게 소용돌이치듯 돌아갔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빛이 뻗어 나왔죠. 그 빛은 남학생의 머리 주위에서 뻗어 나와 칼을 든 사내를 삼키고 나에게로 다가와서 옆의 남자 둘을 삼켰어요. 그들의 몸이 머리부터 점점 빛으로 물들더니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빛은 뱅뱅 돌다가 주택지의 창가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사람들 주위도 빙글빙글 돌았어요. 그러다가 그 빛은 어딘가로 가버렸는데……. 아마도 새아빠라는 남자에게 간듯해요. 새아빠라고 불리는 남자도 이후에 행방을 알 수 없었으니까요.”


 마동과 는개는 각자 와인 잔에 든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1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