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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05.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26

11장 4일째 저녁

326.


 마동은 오늘 는개에게 손끝이 닿았을 때 그 느낌을 내내 물어보기를 엿보고 있었지만 이제 함구하기로 했다.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은 물어봐야 답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훌쩍 지나서 보면 이때 증명사진이 가장 예뻤던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그땐 죽고 싶을 만큼 싫었던 얼굴인데 말이에요. 전 증명사진을 해가 바뀔 때마다 찍었어요. 당신 덕분에 이렇게 증명사진을 해마다 찍을 수 있었죠. 그때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처럼 이렇게 마주 보며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시간을 가지지는 못했을 거예요. 언젠가 당신을 만난다면 내 지나간 증명사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개인에겐 소중한 무엇인가가 존재해요. 나에게는 이 증명사진이 소중했어요. 당신에게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내가 좀 우스운가요?”


 “응, 많이.”


 “당신, 처음으로 사람을 재미있게 하는군요.”


 마동은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그녀를 웃게 하는지 알지 못해서 잠깐 생각하면서 미소를 슬쩍 지었다. 그리고 재빨리 표정이 없는 얼굴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는개가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어때요? 언제 적 사진이 가장 예쁜 거 같아요?”


 “음……. 학창 시절에도 예뻤지만 지금이 제일 예쁜 거 같은데.”


 는개는 조금 큰 소리로 웃었다. 숨죽이고 고요하게 듣고 있던 침묵이 와르르 흩어졌다.


 “정말이야.”


 “재미있는 사람.”


 “여자들은 변덕이 심하군.”


 “그래서 여자죠.”


 는개는 초승당의 웃음을 간직한 채 마동의 손에서 사진첩을 쏙 뺐었다. 그리고 세 번째 울리는 청아하지 않는 쨍그랑.


 “요즘은 증명사진 찍지 않아?”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찍고 이후로는 찍지 않게 되었어요. 당신이 이 회사에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이젠 더 이상 찍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버렸어요.”


 “이제 나를 찾아서 는개는 조금 행복한가?”


 “그럼요. 지금 이렇게 당신과 마주 앉아 있는 이 시간과 이 공간 속에 있음이 행복해요.”


 “그렇다면 다행이야.”


 마동은 행복해하는 그녀를 볼수록 불안함이 크게 밀려왔다.


 “이젠 어떻게 할 예정이지?”


 “글쎄요. 이젠 무엇을 해야 할까요? 중요한 것은 영원한 건 없다는 거예요. 증명사진으로 그 모습을 잡아두지만 영원하지는 않아요. 모든 것이.”


 “하지만 사진은 영원히 그 시간을 붙잡아 두잖아”라고 마동은 말했다.


 “그래서 더더욱 영원성이 떨어져요.” 는개가 웃었다.


 인간은 정말 그렇다. 세상에 ‘영원히’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영원히 사랑할게 같은 말처럼 믿을 수 없는 말도 없다.


 [you know what? they keep on trying to split up.

 “Never say ‘never ever’”]

 어느 영화 속의 대사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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