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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09.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30

11장 4일째 저녁

330.


 거절하면 그녀는 상처 받지 않을까, 가 아니라 얼마나 깊게 상처를 받느냐를 걱정해야 한다. 나의 상황을 진실 되게 설명할까. 그러면 어떻게든 받아들일 것이다. 냉정하고 판단이 정확한 그녀는 나의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이라고 말을 하는 순간부터 진실은 진실에서 멀어지게 된다. 진실이란 늘 그렇다. 진실을 마주하기는 두렵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때 는개가 마동의 입술을 빨아 당겼다. 입으로 전해지는 와인의 향이 그녀가 내쉬는 숨을 타고 흘러나왔다. 모스카토의 향이 그녀의 숨에 붙어서 대기를 잠시 거쳐 마동의 입으로 흘러 들어왔다. 고급 와인은 아니지만 는개의 숨을 타고 고급스러운 향으로 흘렀다. 달짝지근한 화이트 와인의 향은 는개의 깊고도 깊은 내면에 시동을 걸어놓고 웅크리고 있다가 그녀가 숨을 내뱉을 때마다 숨의 끈을 붙잡고 마동의 입으로 전해졌다.


 달콤한 향은 꿀에 절인 배 맛의 냄새일까. 싱그러운 풋사과의 냄새일까. 아카시아의 냄새일까.


 달달한 향이 무슨 향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숨과 함께 밖으로 나오니 비로소 살아있는 하나의 영험한 표상처럼 마동에게 전해졌다.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처럼 거부할 수 없는 는개의 향에 휩싸였다. 는개는 마동의 손을 잡고 그녀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티셔츠 위로 만져지는 그녀의 가슴은 작지만 부드러웠다. 가슴의 감촉이 티셔츠를 뚫고 전해졌다. 마동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새해벽두의 타종이 울리듯 마음이 강하게 쿵쿵거렸다. 그것은 두려움에서 오는 두근거림이었다. 겁이 났다 마동은. 며칠 전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대나무공원에서 두근거렸던 상황과는 달랐다. 마동은 자신의 입술을 빨아 당겼을 때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을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에 찾아 올 변이에 대해서,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 무지했기에 마동은 무서웠다.


 아아 어떻게 해야 할까. 멈춰야 할까.


 하지만 의지와는 무관하게 마동은 는개의 등을 쓸어안았다. 그들은 식탁에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녀의 등은 여리고 아기 같았다. 는개는 마동이 자신의 몸을 끌어안자 더욱 마동의 입술을 당기는데 힘을 주었다. 마동도 는개를 힘을 주어 꼭 안았다.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안을수록 는개의 몸은 젤리처럼 휘어졌다. 마동은 그만 그녀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는개는 입술을 힘 있게 당겼다. 그리고 혀를 밀어 넣었다. 그때 알았다. 는개의 입술은 냉기를 머금고 있다는 것을. 시리도록 차가운 냉기를 가진 입술이었다. 마동은 동공에 힘이 들어갔다. 는개에게서 입술을 땐 다음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는개의 얼굴도 며칠 전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처럼 잘 다듬어진 군더더기 없는 얼굴이었다. 마동은 손을 들어 그녀의 미려한 얼굴을 쓰다듬었다. 는개는 눈을 감았다. 마동은 닳아 없어질 정도로 는개의 얼굴을 꼼꼼하게 보았다. 속눈썹이 감은 눈 위로 예술품처럼 붙어있었다. 그녀가 조금씩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비누향이 흘러내렸다. 비누 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처럼 하얗게 마동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녀에게서 번지는 비누 향은 친숙하고 낯설지 않았다. 그 향은 회사에서 지나칠 때 스치는 는개의 향과는 달랐다.


 마동의 사고가 여러 단계 힘없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는개가 만지고 있던 마동의 페니스는 터질 듯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마동을 원했고 마동도 는개를 원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지금은 없었다. 는개는 티셔츠를 벗고 마동의 상의도 벗겨냈다. 뱀이 허물을 벗어내듯 몸에서 떠난 조각은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연약한 는개의 몸은 강하게 마동에게 밀착했다. 는개의 가슴은 풍족했고 마동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을 때마다 는개의 신음소리가 조각이 되어 거실의 여러 곳에 가서 부딪혔다. 는개는 마동의 몸 위로 올라가서 마동의 가슴 윗부분을 입술로 키스를 했다. 촉촉한 그녀의 입술은 냉기를 머금었다. 냉기는 는개의 입술을 통해서 마동의 몸 여기저기로 전해졌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머릿결에서 사과향이 흘렀다.


 는개가 마동의 몸에 밀착시킨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모래시계가 더 이상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역행했다. 마동의 입이 벌어지고 그의 입에서 역시 묘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가 밀폐된 공간에서 빠져나온 부식된 음수의 소리 같았다. 는개가 몸을 움직여도 마동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다. 그럴수록 그녀의 몸은 마동의 몸에 한 몸처럼 붙어 버렸다. 마동은 는개의 밀착된 움직임에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냉기를 머금은 는개의 입술은 마동의 노력을 아무 소용없게 만들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느껴지는 냉기는 매일 뿌리는 향수처럼 익숙한 향기 같았다. 면밀한 냉기의 느낌은 며칠 전 마동의 얼굴을 감싼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냉기를 머금은 손바닥의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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