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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10.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31

11장 4일째 저녁

331.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그저 나의 착각일까. 는개에게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느껴지는 것은 어떤 식으로 설명이 가능한 일일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라는 존재는 그저 는개의 감각적인 복합적 물질이었던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마동에게 바로 자신이라고 했다. 누구냐고 물었을 때 그 누구도 아니라고 했다. 동시에 그 누구도 될 수 있다고 했다. 마트를 다녀와서 샤워를 하지 않았다. 욕실에서는 그저 손만 씻고 나왔을 뿐이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교접을 가진 후 땀이 나지 않았다. 땀구멍이 변이를 한 것이다.


 하아.


 결국 마동의 입에서 기형성을 띤 소음 같은 소리가 크게 새어 나왔다. 마동은 손을 뻗어 는개의 몸을 만졌다. 물처럼 여리고 부서질 것만 같은 몸이었다. 그녀의 신체도 긴장을 하고 있었고 군데군데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말랐지만 부드러웠다. 손끝으로 는개의 아름다움이 전해졌다. 육체는 애무를 통해서 살이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는개의 살갗과 살결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샤워하지 않았어. 땀 냄새가 날 거야.”


 “그래요.”


 “는개에게 이런 깨끗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데.”


 “응, 그래요.”


 마동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과 마음을, 우주에서 발견한 탐사선을 구석구석 탐사하는 탐험대원들이 되어 탐사를 했다. 마동과 는개의 손과 얼굴은 서로의 성스러운 기관에 머물렀다가 자극을 주었다. 는개가 얼굴을 들고 마동의 얼굴 가까이 왔다. 머리카락이 미술품처럼 그녀의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마동은 는개의 얼굴을 보기 위해 그녀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는개는 움찔하지 않았다. 마동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다. 볼을 마동의 손바닥에 비볐다.


 그녀는 새아빠라는 남자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것일까.


 다가온 는개의 눈은 깊이가 무한정성을 띠었고 깊은 그곳은 마동이 늘 보는 세계와는 다른 곳이 존재해있었다. 그 속에는 누군가를 향한 원망과 환멸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도 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는개의 세계였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에서 봤던 녹색과 회색의 프리즘이 나타났다. 마동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머릿속 사고의 기능이라는 것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었다. 마동은 희비가 교차되는 녹색과 회색의 빛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갔다. 는개의 깊은 슬픔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그녀는 두 손을 벌리고 마동의 양손을 잡았다. 타협을 배제한 는개의 냉기가 양손을 통해서 마동에게 또렷하고 명쾌하게 전해졌다. 그녀의 배제된 타협 속에 마동의 몸이 녹아들었다. 새벽의 옥상에서 떨어질 때 몸이 불에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멈출 수 없는 이 지독한 위배의 화마 속에서 마동은 는개가 전해주는 떨림으로 그 끝에 닿았다. 냉기와 화마는 마동에게서 언어를 단절시켰다. 단절시킨 언어 대신 비명을 내 지르게 했고 신음을 뱉어내게 만들었다. 는개의 눈 속에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세계가 보였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무엇일까. 는개는 또 누구일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는개 속으로 들어온 것일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마동에게 무엇을 말하려 한 것일까. 두렵다. 나는 무서웠지만 섹스를 멈출 수 없는 것이 더 두려웠다. 하아.


 “이러다가 임신이라도 하면…….”


 하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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