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an 11.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32

11장 4일째 저녁

332.


 “괜찮아요. 당신의 아이라면. 하지만 전 임신이 불가능해요"라고 바투 붙은 는개가 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에게서 들었던 말이었다.


 그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는개였을까.


 마동은 몸이 뜨거워졌다. 마동은 몸이 타올라서 재가 되어 버릴 것 같았다. 암흑 속에 있던 환멸 덩어리가 거울 속에 숨어 있다가 거울을 깨트리고 뛰쳐나오지 않을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는개가 마동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꺼끌꺼끌한 마동의 입 속으로 망고같이 부드러운 그녀의 혀가 들어왔다. 는개의 혀는 마동에게 지금 이 순간 불필요한 생각은 하지 말아요, 저에게만 집중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마동의 몸이 재가 된다.     


 그 시각 욕실의 거울 속 환멸 덩어리는 거울에서 빠져나와 만질 수도 없는 형체가 되어서 하늘로 붕 떴다. 그 모습은 자주색의 엑토플라즘이었다. 그리고 자주색의 연기는 뭉쳐서 크기를 부풀려 가더니 규칙이 없고 불길하고 무서운 형태를 만들었다. 일정하지 않은 문형의 덩어리는 욕실에서 환기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 하늘에서 몇 번 붕붕 거리며 원을 그리더니 바닷가 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마동은 는개와 세 번의 전위를 느꼈다. 마동은 동통이 느껴졌다. 나쁘지 않은 통증이었다. 새삼 살아있다는 기분이었다. ‘천국보다 낯선’은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처음부터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에바는 욕을 하며 자신을 두고 둘만 나가버린 휴가에 제대로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당신은 새벽으로 치달아 갈수록 힘이 더 나는 듯해요.”


 “새벽형 인간인가 봐.”


 이번에는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고 물건이 들어있지 않는 짐 꾸러미 같은 마동의 페니스를 건드렸다. 그렇게 문명은 하나씩 세워지고 있었다.


 “전 당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제 회사에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없어지려고 하는 것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말이에요 누군가는 당신을 필요로 해요. 보고 싶어 한다는 것도 생각해줘요. 이렇게 큰 세계에서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하고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 아닐까요. 전 그렇게 생각을 해요.”


 마동은 이제 놀라지 않았다. 여자들은 알 수 없는 분자구조로 뒤덮여있는 존재였다. 남자보다 여자가 분명 진화가 더 되었다. 는개의 얼굴은 머리카락으로 덮여 있었다. 얼굴을 보기 위해 마동은 그녀의 머리를 계속 쓸어 넘겼다. 그녀의 숨이 가라앉기를 바라면서.


 “당신 집에는 바퀴벌레가 없죠?”라고 는개가 말했다.


 는개의 한 손은 힘이 빠진 마동의 그것을 만지고 있었고 한 손은 마동의 가슴 위에 있었다. 작고 긴 손가락이었다. 손가락 끝에는 정갈한 손톱이 거실의 희미한 빛을 받아 반짝였다.


 “아마도”라고 마동이 말했다.


 “우리 인간은 바퀴벌레를 박멸하려고 아주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바퀴벌레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 인간 옆에 붙어서 끝없이 생존을 해 왔어요. 만약 바퀴벌레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정말 인간은 바퀴벌레가 사라짐으로 해서 편안하게 생활을 하게 될까요?”


 마동은 는개의 말에 바퀴벌레를 떠올려 보았다. 징그럽게 생긴 얼굴(얼굴이라고 하기에는)과 흉물스러운 다리를 지니고 때로는 푸다닥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떠올랐다. 균을 옮기는 벌레라는 것이 바퀴벌레에 대한 우리의 정의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3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