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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12.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33

11장 4일째 저녁

333.


 “바퀴벌레의 생명력은 곰팡이가 가득 들어있는 그릇 속에 며칠을 놔둬도 죽지 않아요. 곰팡이의 포자가 바퀴벌레의 몸을 뚫지는 못해요. 바퀴가 화석곤충이라서 한때 지구의 사십 퍼센트는 바퀴벌레였던 거 알아요? 재미있는 사실이죠. 우리 인류가 바퀴를 처음 만났을 때가 동굴이라고 해요. 지구가 극한의 추위로 덮였거든요. 그래서 인류가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동굴을 찾아서 들어간 거예요. 바퀴벌레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바퀴의 세계에 침투한 셈이죠. 지금 인류가 만들어놓은 문명도 그들에게는 거대한 동굴일 뿐이에요. 바퀴벌레도 오랜 시간 동안 거쳐 오면서 진화를 거듭했어요. 머리는 배 밑으로 들어갔다던가, 음 영화에서 보는 바퀴벌레는 크고 징그럽지만 그들은 날개가 필요 없어서 날개가 없는 바퀴로 진화를 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녀는 일식 주방장의 요리 솜씨를 가진 바퀴벌레 전문가이자 법학도 출신.


 “제 말 듣고 있어요?” 는개가 늘어진 마동의 페니스에 힘을 주어 쥐었다.


  “그럼 아주 흥미롭게 듣고 있어.” 마동이 표정을 조금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는개는 마동의 턱을 살짝 꼬집었다.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9살 소녀처럼.


 “바퀴벌레 역시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꿔나가면서 진화의 법칙대로 변이해왔어요. 바퀴벌레는 현재 훈련이 가능한 유일한 곤충이라는 설도 있어요. 그들은 거대한 포식자 앞에서 죽은 척을 하는 거예요. 고양이가 건드리면 뒤집어진다거나 납작 엎드려서 죽은 척을 해요. 바퀴벌레는 그 방법을 알고 있어요. 어때요? 신기하죠?”


 바퀴벌레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


 “또 생물학자들은 알아냈어요. 바퀴벌레가 포식자가 살짝 건드릴수록 죽은척하는 기간이 짧고 건드리는 시간이 길수록 죽은척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말이에요. 포식자는 움직이는 먹이에 반응을 하기 때문에 바퀴벌레는 그에 대응하는 방법을 아는 거죠. 오랜 세월을 살아남은 자들의 방법이랄까요. 그리고 포식자가 흥미를 잃고 바퀴벌레를 버리고 떠나면 그들은 다시 일어나서 가던 길을 가는 거예요.”


 “어쩐지 바퀴벌레를 그들이라고 표현하니 두 다리로 저벅저벅 걸어 다닐 것만 같아. 맨 인 블랙에서처럼 말이야.”


 “그렇게 된다면 정말 멋진 세상이 될 거 같아요. 그죠?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한 곤충이에요. 미로를 찾아가는 실험을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찾아가는 시간이 앞당겨지는 거예요. 어때요? 대단하죠?” 는개는 그렇게 말하고 박수까지 쳤다.


 “바퀴벌레 야상곡을 만들어도 될 것 같군.”


 “맞아요. 바퀴벌레는 우리 인간에게 반드시 살아가야 할 의미를 던져주죠.”


 마동의 머릿속에 바퀴벌레 교향악단의 모습이 붕 떠올랐다.


 “바퀴벌레는 고단백 덩어리가 오래전 사냥이 어려웠던 고대시대에 인류의 좋은 식량이었는데 인류는 어쩌면 바퀴벌레가 없었음 지금의 시대가 없었을 수도 있어요. 아니면 지금 이 모습이 아니라 다르게 흘러갔거나 변했겠죠. 그건 학계에도 보고된 바가 있어요. 중국에서는 바퀴를 양식해서 식당에서 고가의 음식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바퀴벌레를 꾸준히 먹고 생리통이 없어진 여자들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인간은 바퀴벌레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죠. 그 이유는 세균의 이동이라는 것인데 실제로 바퀴벌레가 옮기는 병균은 집 진드기의 십 분의 일도 옮기지 않아요. 바퀴벌레는 다리로만 병균을 옮기는 반면에 우리 주변에 늘 보이는 파리는 몸 전체로 균을 옮기니 어쩜 파리를 더 미워해야 하지만 인류는 그렇지 않아요. 파리는 손으로 잡는 사람도 있지만 바퀴벌레를 보면 기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죠. 인간은 바퀴벌레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그저 바퀴벌레니까 미워하는 거예요. 바퀴벌레가 인류 속에서 사라져 버리면 파충류도 사라져 버리고 말아요. 그리고 연쇄적으로 하나씩 멸종하게 돼요.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시발점인 거죠. 바퀴벌레 입장에서는 무엇을 잘 못 한지도 모르게 당하는 거예요. 단지 그렇게 생겼다는 이유로 말이에요. 사회는 보통 그 사람이 그렇게 생겼다는 이유로 배척을 하잖아요.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넌 그렇게 생겨먹은 놈이니까. 같은 말로 확정 짓고 차별하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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