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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13.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34

11장 4일째 저녁

334.


 “그렇게 미워하는 바퀴벌레는 반드시 인류 속에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바퀴벌레 자체를 미워하는 마음을 버려야 해요. 당신은, 당신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세상이 필요로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 대상이 회사건 사람이건 그 무엇이건 간에.”


 는개는 마동의 눈동자를 보며 진지하게 말을 했고 말이 끝나니 하품을 한 번 했다. 모스카토의 향이 은은하게 났다.


 “바퀴벌레는 인류의 악이 아니라구요. 인류의 악은 어쩌면 인류일지도 몰라요.”


 그녀는 나에 대해서, 나의 어떠한 부분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내가 꾸준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해오고 있다는 것을 는개는 어떻게 알았을까.


 온통 의문투성이였다. 마동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동거를 했던 연상의 여자에게도 그의 마음은 전부 꺼내 보이지 않았다. 군대에서도, 여기 지금 이 회사에 입사를 해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자신에게조차 마음을 제대로 꺼내 보이지 않았다. 일 할 때를 제외하고 마음 좋은 회사의 오너는 마동에게 언제나 속에 있는 말을 꺼내 놓기를 바랐다. 잘 웃지 않는 반면 타인을 향한 안 좋은 소리도 하지 않았다. 마동의 촉지를 타인에게 자신의 속내를 내 비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쌓아 가는데 있었다.


 는개는 중학교 때 목격한 나의 모습 속에서 어떤 무엇을 보았다. 그 무엇은 우로보로스의 띠를 제외한 것을 수도 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는개는 회사에서 나를 만난 후 아무도 모르게 혼자만의 방식으로 나를 관찰해 오고 있었던 것일까.


 마동은 고양이처럼 하품을 하고 그의 가슴에 자신의 볼을 갖다 댄 는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머리카락을 쓰다듬을수록 그녀의 향이 번졌다. 는개는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것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에는 초월의 경계를 넘어선 무엇이 있었다. 그 사이에 어딘지 모르게 지적인 부드러움도 지니고 있었다.


 는개는 어떤 훈련을 통해서 새아빠라는 남자에게서 받은 상처를 이겨냈을까. 그녀가 그동안 자신만의 방법으로 변이를 거듭한 것일까.


 “오늘 형사가 왔었어요. 형사는 어제 일인데 마치 한 달 전의 일처럼 이야기를 하더군요. 당신을 찾았어요.” 는개는 마동의 가슴에 얼굴을 댄 채 말을 했다. 마동은 형사가 찾아오리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말을 할 때마다 가슴에 그녀의 입김이 불안하고 기분 좋게 와 닿았다.


 “그런데 형사가 기이한 말을 하더군요.” 는개는 마동의 가슴에서 일어나서 그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발가벗고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역사를 구현하는 듯 보였다. 움직일 때마다 부서질 것 같은 조선시대 청자 '상감 모란문'의 주전자 손잡이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 호리병을 성장이 덜 끝난 어린아이가 들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는개의 쇄골은 그녀와 함께 살아서 움직였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는개의 몸은 정말 잘 빚어놓은 도자기 같았고 머리카락이 풀어져 늘어뜨려진 등에서는 척추의 골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형사는 최원해 부장님을 마치 산이 데리고 갔다고 해요. 아니…… 음…… 산이라는 거대한 관념체가 최원해 부장님을 쓱 하며 빨아들였다고 해야 할까요. 형사도 자세하게 설명을 하지 못하더군요.”


 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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