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되려는 글귀
사는 건 대체로 변화라는 계절 속에서 방황하는 한 마리 새와 같다
내일이면 어느새 처음의 오늘, 어느 새는 어디로 날아가는 걸까
환절기는 내게서 빠득빠득 모든 것을 앗아가려 하고 가을과 마주하니
깊은 한숨과 소름 돋듯 선명한 지난날 그대모습
철 지난 가요가 듣고 싶어 오래된 카페에 간다
웃음으로 아픔을 가린 여자와 작정하고 얼굴을 드러내 과거 따윈 없다고 노골적인 표정을 짓는 여자가
중앙 테이블에서 마주 앉아 생각만큼 안 된 과거의 남자와
생각처럼 안 되는 현재의 남자와 생각 외의 미래의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보니 상처 같아서 한 번에 마실 수 없어
그대로 두었더니 그 속에 하늘에 뜬 별이 하나 빠진다
이 커피를 마시면 별을 마시는 건가
별은 하늘이 낸 상처의 흔적이다
나는 하늘의 상처를 마신다
어김없이 이 달이 왔다는 건 지난달이 갔다는 이야기
한 줄기의 빛이 가시광선으로는 같으나 관념광선으로는 많이 달라지는 이 달이 왔다는 이야기
11월이면 가을 속으로 무엇인가를 다 빼앗긴 내 몸으로 그대가 들어와 로제트 상태로 실컷 잠을 자다 일어나 등에 개망초를 피운다는 이야기
누군가는 개망초라며 망했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개망초의 노란색만큼 예쁜 색은 없다는 이야기
이 달은 노란 이야기
카페에 가요를 들으러 왔는데 아라베스크가 나와서 거기에 가사를 붙여 부른다
별빛이 떨어지는 곳에 가지 마라
별빛에 다치면 무지개 밖에 약이 없으니 약을 바르고 나면
몸이 보남파초노주빨이 된다는 걸 명심해
상처로 가득한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보니 나를 부르던 오월이 기억나고
그 기억은 밤새 뜬 눈으로 보내게 만들고
내 의식의 강 위에 배를 띄워 나의 상처를 담아 본다
새끼손가락을 들고 그럴싸하게 하늘의 상처를 마시니
폐헤 속에서 나는 상처 맛,
피지 못하고 꺾여 버린 사랑의 맛,
소리 없이 우는 맛이 난다
메마른 계절이지만 그대는 내 속에서 그대로 살아있으므로 악착같이 살아보겠습니다
힘이 자꾸 빠지는 게 잠을 거의 못자서 인지,
오늘도 어떻게든 견뎌보기 위해 에스프레소를 더 주문한다
그림: 마를린 뒤마스의 그림을 카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