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an 20.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41

12장 5일째

341.


 “으아악, 저기 사람이 보여요.” 누군가 둥둥 떠 있는 물고기들 사이에 사람이 떠 있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해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비교적 얕은 바다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 밖으로 나왔다. 바다의 모습은 기괴한 풍경이었다. 완전히 익어버린 수천 마리의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둥둥 떠올랐다. 바다는 그야말로 냄비 안에서 끓이는 탕처럼 부글부글하며 끓어오르고 있었다. 바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물고기의 익은 냄새가 비릿한 악취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모두 코를 막았고 해변을 떠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행복하기만 했던 바닷가는 도래하지 않던 지옥의 세계로 일순간 변해버렸다. 멀리 헤엄쳐 나갔던 50대 남자는 바다의 수면에 떠올라 물고기처럼 점점 익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의 얼굴은 흐물흐물하게 변했고 남자의 장기에 차 있던 공기가 끓는 물에 부풀어 올라 사람이라는 형체만 알아볼 수 있었다. 바다는 마치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


 정말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해변에 있던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두려움에 떨었다. 우는 사람도 있었고 비린내에 토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두려움은 본질적인 두려움이었다. 인간의 삶에 닥쳐올 것이라는 예상 가능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손을 뻗을 수 있는 반경 내에서 벗어나버린 두려움이었다. 상대를 알 수 없고 예고도 없고 대비할 수도 없는, 시작을 알 수 없는 무서움이었다. 주의력이나 분석 같은, 머리가 해야 할 논제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 광경이 바다에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끓어오르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비는 떨어져 펄펄 끓어오르는 바다에 음표를 수십만 개 만들어냈다.



 [5일째]

 류 형사는 아침 일찍 깨어나 본부에 앉아 있었다. 제대로 잠들지도 못했지만 눈도 잘 떠지지 않았다. 48살로 다부진 체격과는 다르게 얼굴의 상태가 형편없었다. 주방에서 배가 고파 처음으로 눈에 띄는 것을 주워서 씹어 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입고 있는 검정 반팔 티셔츠는 땀이 여러 번 흘렀다가 마른 흔적이 역력했다. 듬성듬성 빠져버린 머리칼은 그가 부산스럽게 긁을 때마다 더 고슬고슬하게 가늘어지는 듯 보였다. 한 눈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류 형사는 머리를 긁고 손톱의 냄새를 한 번 맡고는 청바지에 손을 비볐다. 한 손에는 사건 서류가 들려있고 시선은 서류에 머물러 있었다. 형사들 대부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실종사건과 기이한 시체의 사건 때문에 경찰서 내 분위기는 긴장이 흘렀다.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놔서 그런지 냉랭한 기류가 마치 초겨울처럼 다가왔다. 병든 닭처럼 책상에 엎드려 자는 형사가 보였고 강아지처럼 의자에 모로 누워 끙끙거리며 잠이 든 형사도 보였다. 본부의 실내는 씻지 못한 형사들의 발에서 풍기는 시큼한 냄새가 책상이며 의자 사이며 본부의 바닥에 꼼꼼하게 내려앉아 외부인의 출입을 방해했다.


 류 형사는 불과 며칠 사이에 발생한 사건이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리를 해봤다. 전혀 다른 사건이 아니라 무엇인가에 의해서 모두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어느 하나 들어맞는 구석이 없었다. 류 형사는 30도 각도에서 모든 추리를 동원해서 꼬리가 이어지는 부분을 유추하려 했지만 아무런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상식선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닌 만큼 상식을 벗어나서 유추하려 해도 힘들었다. 류 형사가 근무하는 동부지구에서 한꺼번에 알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남부지구의 남부서 선배에게 연락이 와서 자신의 매제가 이번 동부의 야산에서 실종이 되었는지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종신고를 하기에는 이르지만 무엇인가 기이하고 이상하다며 매제가 뛰어 올라간 산을 한 번 조사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선배는 오래전에 동생의 남편(최원해) 때문에 호되게 고생을 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사리진 매제 때문에 고생을 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선배는 류 형사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다. 류 형사에게는 늦게 본 딸이 하나 있는데 날 때부터 좋지 못한 신장을 갖고 태어났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 마냥 류 형사는 생각해왔다. 수빈이의 신장이 갑자기 수술을 요해서 수술비를 마련하느라 뇌물을 받고 혐의를 풀어준 적이 한 번 있었다. 하지만 감사과의 감찰에 걸리고 말았다. 그때 선배가 그 일을 대신 뒤집어쓰고 사건을 해결해 주었다. 류 형사에게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말고 수빈이의 수술을 잘하라고 격려해준 선배였다. 수빈이는 이제 7살이다. 작은 생명의 불꽃이 주먹만 한 작은 신장에 달려 있었다. 엄마 없이 류 형사는 딸을 잘 키워보려고 했지만 늘어나는 사건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은 힘들었다. 수빈이는 신장이 약해서 달리면 안 되지만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다가 달리기를 한 모양이었다. 소식을 듣고 모든 것을 미루고 가서 딸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가면서 류 형사는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때 선배 덕분에 수술을 했지만 건강해지지는 않았다. 수빈이는 한 번의 수술을 더 받아야 한다. 그마저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처음 했던 수술에 비해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수술비가 두 배는 더 든다. 수술을 받지 못하면 몸에 구멍을 내고 피를 걸러야 할 판이다. 류 형사는 은혜를 입은 선배에게 빚을 갚을 날만 기다려왔는데 선배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4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