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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19.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40

11장 4일째 저녁

340.


 목 부분에서 찰랑거리는 바다를 느끼며 헤엄쳐 들어간 50대 남자의 얼굴에 떨어지는 시원한 비의 느낌이 아주 좋았다. 남자는 배영의 형상을 취했다. 몸이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느낌. 이것은 마치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느낌과 흡사했다. 학창 시절에 종종 바다에 몸을 뜨게 해서 눈을 감고 바다를 이불 삼아 누워 있었다. 몸은 뜨거웠지만 얼굴은 시원해서 정말 온천을 즐기는 기분이 들었다. 남자는 재작년 일본의 야외 온천에 갔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다. 왜 한국에는 온천시설과 부대시설이 일본 같지 않을까. 남자는 온천을 즐기는 일이 아주 좋은데 한국에서는 일본만큼 즐길 수 없음을 탓하며 일본 온천여행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돈이 많이 들었다. 일본의 야외 온천에서도 몸은 온천에 담근 채 하늘에서 떨어지는 새 하얀 눈을 맞았다. 그때는 겨울이었다. 벌써 재작년의 일이었다. 그때처럼 남자는 얼굴에 시원한 빗줄기를 맞으면서 몸은 뜨거운 바다의 수온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남자는 이미 멀리까지 나와 버렸고 해안경찰들과 해안경비대들은 남자를 시야에서 놓쳤고 현재 바다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해안에서는 사람들이 앉아서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헤엄을 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보니 사람들은 굉장히 작은 존재였다. 이렇게 작은 존재들이 모여서 성공과 실패를 논하고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우습게 느껴졌다.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종종 바다에 와서 헤엄을 쳐야겠다. 이렇게 좋은 기분을 왜 지금에서야 알았을까. 남자의 등과 허벅지로 기포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배영 자세에서 몸을 세웠다. 대중목욕탕에 가면 바닥에 기포가 나오는 탕이 있다. 그곳에 발바닥을 대면 기포가 발바닥을 때리는 느낌이 좋았다.


 보글보글.


 그런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대중목욕탕의 기포가 ‘강’으로 올라오는 탕에서 발바닥을 기포에 대면 시원하지만 따끔거리는 느낌이었다. 목욕탕의 인공적인 기포만큼 발바닥에 바다의 기포가 올라와서 와 닿는 만큼 강한 감촉이었다. 나쁘지는 않았다. 바닷물의 수온이 점점 올라갔다. 50대 남자의 얼굴은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비가 내려 그 땀을 모두 씻어내 주었다. 빗물인지 바닷물인지 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보글보글.


 50대 남자의 발바닥이 심하게 따끔거린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 안 되겠다. 이제 바다에서 서서히 나가야겠다. 남자는 몸의 방향을 돌려서 해안 쪽으로 헤엄을 쳤다.


 보글보글 부그르르르 부글부글.


 50대 남자는 발바닥에 감촉이 없다고 느꼈다. 다리로 헤엄을 쳤지만 남자는 다리가 자신의 몸에 붙어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정도였다. 다리에 감각이 빠져나갔다. 순간 두려움이 확 밀려와 술이 전부 깨는 기분이었다. 남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바닷물은 상상 이상으로 뜨거워졌다. 눈으로 들어오는 바다의 수면은 물을 끓이는 것처럼 보글보글 하는 수증기 방울이 바다의 수면 위로 올라와 터졌다. 비린내가 역하고 심하게 올라왔다. 당황해 버린 50대 남자는 바다에서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심장이 과장되게 뛰었다. 심장이 뜨거워진 체온을 견디지 못하고 팽창하려 했다. 남자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기괴했다. 물고기들이 익어서 바다 위로 둥둥 떠오르고 있었다. 비린내와 함께 양념이 제대로 되지 않은 매운탕을 끓일 때 나는 냄새가 진동했다. 남자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바다에서 나가려고 헤엄을 쳤지만 손과 발은 아무런 감각이 없었고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바다는 순식간에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고 남자는 온몸이 끓는 바닷물에 데어서 비명을 질렀다. 문득 손으로 다리를 만지니 살점이 문드러져 떨어져 나갔다. 남자는 바닷속에서 꼬리 잘린 잠자리처럼 파닥거렸지만 이내 물고기처럼 익어서 바다의 수면 위에 뜨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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