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an 21. 2021

해뜨는 나라의 공장 사은품

하루키 에세이는 아니고


하루키의 이 책은 책이 아니라 이 책을 구입했을 때 딸려오는 ‘덤’으로 안에는 포스트잇이다. ‘덤’은 에세이의 종류별로 다 있었는데 나는 포스트잇 같은 걸 쓰지 않아서 이거 하나 남기고 다 나눠 준 것 같다. 크기가 아이폰 4 만하다.

뒷면을 보면 문학동네의 자랑이자 기둥인 신형철의 평론이 있다. 그걸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형철은 평론도 문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글을 적어낸다. 그래서 신형철의 평론을 읽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고 글을 읽는 동안 다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지 않는다.

그런데 평론도 문학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평론가는 신형철이 처음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요컨대 배철수가 라디오 디제이 중에서는 팝의 으뜸으로 손꼽히지만 배철수 이전의 팝 디제이가 있었다. 이종환이 그랬고 더 전에는 이백천이 있었다. 또 드렁큰 타이거의 아버지도 있었다.

그런 것처럼 평론도 거슬러 올라가면 김현 평론가가 있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건 죽었기 때문이다. 김현을 말하려면 기형도를 말해야 하고, 기형도와의 재미난 일화들을 얘기해야 하지만 너무 길기 때문에 넘어가자. 기형도는 과작의 시인으로 머릿속에는 수많은 시가 있지만 머릿속이 시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작품으로 만들지도 않았고 발표도 하지 않았다. 언젠가 김현이 그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시작노트를 슬쩍 들춰본 일이 있었다. 알아보기 힘든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차 있었고, 군데군데 암호나 기호 혹은 스케치 같은 것도 곁들여져 있었다. 기형도는 그 노트에서 마치 보물을 캐내듯 시를 뽑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시를 몹시 잘 적었음에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모에도 내지 않고 그랬다. 그런 기형도가 시를 모아 모아서 들고서 그만 파고다 극장인가 거기서 피를 쏟고 죽고 말았다.

그때 기형도의 시를 모아서 시집을 낸 사람이 김현 평론가였다. 김현이 기형도 시집의 제목을 ‘입속의 검은 잎’으로 지어서 문지사를 통해 발표했다. 김현이 기형도의 시집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은 본인도 기형도와 같은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가 김현 평론가도 죽고 만다. 김현의 평론을 읽어봐도 문학이라 할 만큼 일반인이 다가갈 수 있게 써놨다.

여하튼 그런 신형철이 하루키의 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 문장은 정말, 그야말로 하루키식 문학적이다. - 지난 이십여 년 동안 나는 한 번도 그를 싫어하는데 성공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무라카미가 썼다 해도 공장 방문기 같은 것은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보기 좋게 당한 느낌이다. 깜짝 놀랄 만큼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 신형철

#무라카미하루키 #하루키에세이 #안자이미즈마루 #해뜨는나라의공장 #MURAKAMIHARUKI #사은품 #문학동네 #신형철 #김현문학평론가 #기형도

매거진의 이전글 격의 없는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