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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27.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48

12장 5일째

348.


 마동은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고 느끼고 싶었다. 눈꺼풀이 서로 본드로 붙여놓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붙어있는 눈꺼풀을 손을 올려 겨우 벌렸다.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키는데 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자신의 몸 상태가 지난밤 같지 않은 몸 상태여서 이런 신체변화를 그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는개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고 마동은 등을 돌리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고장 난 기계처럼 마동은 자신의 몸이 힘겹다는 것을 느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었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입에서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기계음이 새어 나왔다. 그때 마동은 는개의 인기척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웅웅웅 웅웅웅, 하며 동시에 사람들의 의식이 마동의 무의식에 와 닿았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파트에서 시체가 된 사건이 하룻밤에 동시적으로 두 집에서 일어났다. 아직 살인사건이라는 정황은 없었지만 사람들은 누군가가 비참하게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파트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해수욕장의 바닷가에서 바닷물이 끓어올라 물고기 수천 마리가 익어서 떼죽음을 당했고 그 속에서 사람도 한 명 익어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에 대해서 사람들은 흉흉하다는 소리를 했고, 모여 있다가 흩어지면 무서움에 떨었다. 그들의 나약한 마음에 두려움이 한 겹 두 겹 덧입혀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두려움을 입 밖으로 뱉어냄으로써 상상 밖의 공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했다. 마동의 눈꺼풀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서 떠지지 않았다. 세상이 시끄럽고 사건사고가 하나씩 발생해도 마동에게는 는개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더 걱정스러웠다.     


 문득.


 그녀도 최원해 부장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닐까.


 는개는 새벽에 마동의 가슴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마동은 모니터의 뉴스를 보다가 그녀를 안고 따라서 잠이 들었다. 고질적인 꿈도 꾸지 않았고 꿈속에 자주 나타나는 풍경도 보이지 않았다. 는개가 마동 자신의 품에 안겨있어야 하지만 그녀의 인기척은 없었고 팔을 뻗어 그녀의 감촉을 느끼려 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동의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소리와 생각 때문에 머리를 잡고 흔들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마동의 신체는 바닥에 붙어버린 듯했다. 회오리바람이 바늘구멍을 지날 때 나오는 소리를 내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중력이라는 법칙이 해가 숨어버리고 나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다가 해가 솟아오르고 나면 마동의 몸을 한 없이 끌어당겼다. 사람이 늙는 것은 중력과도 연관이 있다고 하더니 이미 신체는 늙어버린 것이 아닐까. 나이가 한 살 먹어 갈수록 중력에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사람들은 많이 했다. 그렇다면 지금 마동의 인체는 몇 살의 나이가 되었을까. 사람이 늙어서 죽음으로 향해 가는 것은 우주의 진리이고 중력은 지구의 법칙이다. 우주의 진리와 지구의 법칙의 상관관계는 항시 존재하고 있었다.


 마동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상체를 겨우 일으켰고 눈을 제대로 뜨려고 노력했다. 눈과 눈 사이의 깊은 주름을 만들었고 건초더미 같은 푸석한 얼굴은 얼굴대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눈을 헝겊으로 만든 인형의 눈초리처럼 가늘게 뜨고 마동은 거실을 둘러보았다. 커튼은 완벽하게 실내와 외부를 차단하고 있었다. 커튼 너머로 태양의 빛이 거실 안으로 와 닿지 못하고 커튼 건너편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보였다. 태양의 색온도가 번지는 모양새가 마동의 눈에 들어왔다. 마동은 앉은 채로 허리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찾았다. 는개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흔적이 거실의 어느 구석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동의 가슴이 심하게 뛰기 시작했다. 는개는 잠들었고 마동은 잠든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며 잠이 들었다. 그것뿐이었다. 정신을 잃은 것도 아니고, 꿈의 저편에 가두어뒀던 또 다른 에고에 대한 꿈을 꾼 것도 아니었다. 다시 거실을 둘러봤다. 주방에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어제 두 사람이 앉아서 먹었던 동그란 도마형 접시와 와인 잔이 잘 씻겨 있었고 선반 위에는 아직 덜 마른행주가 잘 접힌 종이 모형을 하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노트북은 주둥이가 닫혀있었고 그녀가 입었던 마동의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는 보이지 않았다. 형태가 없는 그림자처럼 들어왔다가 그저 쓱 빠져나가 버린 것처럼 는개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마동의 가슴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하게 두근거렸다. 전율이 심장을 무시무시한 폭격으로 때렸다.


 그녀가 이렇게 깨끗하게 정리를 했을까. 그런 그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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