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an 26.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47

5일째

347.


 “선배님, 그러니까 정신적으로 문제는 없는데 말입니다. 무당이 신을 접해서 하는 대화라는 기분이 든다는 겁니다. 물어보면 대답은 잘해주는데, 대답이 대답 같지 않아요.”


 류 형사가 고마동의 회사를 찾아갔을 때 고마동과 어울려 따로 술을 한잔 마신다든가 외부에서 식사를 같이 먹는 직원도 없었다. 그에 대해서 질문을 했을 때, 똑 부러지게 대답하던 여직원이 있었다. 포니테일의 머리에 학자다운 지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회사의 사장은 사장실에 실종사건으로 면담을 하러 갔을 때, 사장실로 그 여직원을 같이 불렀다. 사장이 대답하지 못하는 부분은 그 여직원이 대부분 척척 대답을 했다. 회사에 나오지 않았던 고마동에 대해서 그 여직원이 대답을 다 해 주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연인 사이가 아닐까, 하고 류 형사는 미간에 더욱 힘을 줬다. 그랬더니 좀 더 수사를 하는 형사다운 얼굴의 표정처럼 보였다.


 고마동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은 고등학교 시절에 병원에 입원한 기록이 있었다. 그 기록을 입수해서 보니 그가 사는 동네가 아닌 곳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얼마간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었는데 기억상실의 증상을 보였다고 기록이 되어 있었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기록은 협조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류 형사는 오래된 형사였고 꽤 많은 헬퍼가 도심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물론 류 형사는 헬퍼의 편의를 왕왕 봐주기도 했다. 후배 형사를 통해 고마동이 고등학교 시절에 무슨 일로 병원에 입원을 한 것인지 그의 어머니에게 물어봤지만 알 수 없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의 어머니는 정말 다른 세계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동시에 고마동과 그의 어머니가 그 시절에 어떠한 일로 기억이 사라진 것일까.


 실종사건은 고마동이 다니는 회사의 회사원인 최원해 부장이라는 사람이 그와 함께 조깅을 하러 집을 나가서 사라졌다. 고마동의 집 뒷산으로 통하는 산행 조깅코스의 철탑 밑에서 날카로운 무엇인가에 잘려 나간 운동화를 하나 남기고 사라진 것이다. 고마동이 사는 아파트에서 기이한 살인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했다. 류 형사는 이 일련의 사건이 그와 얽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느껴졌다. 단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그런 느낌이 류 형사의 미간에 힘을 가하게 만들었다. 아파트에서 죽은 두 사람의 시체 역시 고마동과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났다. 고마동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독신자들과 신혼부부가 살만한 비교적 전용면적이 작은 독신자용 아파트에 가까웠다. 가족단위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전용면적이 84제곱미터 이상 되는 옆 동의 아파트에 몰려 있었다. 고마동의 아파트는 2 LDK나 1 LDK의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독립이 보장된 그들의 집은 이웃의 관심은 불필요한 것이다. 그 점은 류 형사도 찬성하는 주의다. 집에서 어쩌다 낮잠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시끄러웠고 형사인 그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시답잖은 사건을 말하며)때문에 류 형사의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되어가기만 했다. 이런 독립적인 아파트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단, 지금을 제외하곤.


 류 형사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의자는 바닥에 이끌리며 고단한 소리를 냈다. 사건에 대한 형태는 점점 희미해져 윤곽이라고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들고 있던 서류철을 투박스럽게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 소리에 류 형사의 파트너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다가 눈을 떴다.


 “일어나서 가지, 햄버거라도 하나 먹고 출발하자고.”


 본부의 벽에 붙어있는 시계가 아침 8시를 알리고 있었다. 파트너인 신참 형사는 얼굴에 나이답지 않게 주름을 잔뜩 만들어서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려 했다. 기지개를 켜니 등의 뼈마디가 서로 아우성을 치며 소리를 질러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나오지 못할 종류의 울림이었다. 파트너는 회색 반팔 티셔츠 사이로 팔뚝의 이두박근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신참 후배 형사가 일어나니 옆에 선 류 형사는 비교적 작아 보였고 등은 한껏 구부러져 보였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4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