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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26. 2021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에 나오는 괴짜 박사

하루키 소설이나 하루키 에세이나 하루키에 관한 글은 앞서 나온 이야기가 다시 나오기도 합니다. 


장편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는 괴팍한 박사가 나온다. 모든 사건을 일으키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뇌 생리학, 생물학, 종교학, 골상학, 언어학, 음성학 등 잡다한 인류의 모든 학문을 습득한 천재 박사다. 하지만 일상적인 생활은 꽝이다. 손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사회성이 결여되었는데도 결혼을 하고 자식까지 있는 모양이다. 박사의 이미지상 생김새는 움베르토 에코가 떠올랐다.

하루키는 아마도 박사의 모습을 아인슈타인에게서 가져왔을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잘 살펴보자. 아인슈타인은 그저 연구 욕이 다른 욕구보다 뛰어나서 연구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다 하는 사람이었다. 소설 속 괴팍한 박사가 그렇다. 물리학에서는 천재성을 보이지만 아인슈타인이 우리나라에 왔다면 노숙이나 했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생활은 바보에 가까웠다.

미국이 일본의 원폭 투하를 결정하고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물리학 박사 5명을 불렀다. 연구비는 걱정하지 말고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연구를 하라며 시설과 모든 부분을 제공해 주었다. 그들은 이 연구가 후에 어떤 일을 저지르는지 모르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핵의 연구보다 당시 핵을 싣고 가서 투하하는 그 비행기, B21 인가(뭐지?) 아무튼 그 비행기를 개발하는 비용과 시간과 연구가 더 어려웠다.

그런데 연구만 할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필요 없었던 이 물리학자들 중에 아인슈타인은 빠져나온다. 이 연구가 비록 일본이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들을 대량으로 학살할 거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온다. 아인슈타인을 제외한 나머지는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악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악하게 생긴 인간이 아니라 평범한 옆집 아저씨, 마음씨 좋은 빵집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다.

아인슈타인이 바보 같고 한쪽으로만 치우친 천재성을 보인다고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모든 중심에는 인간이 가장 먼저 있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박사는 그런 아인슈타인을 아주 닮았다. 사유하지 않는 인간은 로봇과 같다. 아인슈타인은 바보에 괴짜에 과학에 미쳐있었지만 그 밑바닥에는 ‘인간’이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내지는 소설에서 아인슈타인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캐릭터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그 박사다. 그 박사가 아인슈타인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박사는 포유류의 두개골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골상학 연구를 한다. 어마어마한 동물의 머리뼈 수집을 하고 박사는 20년 넘게 뼈에 대해서 연구한다. 진화에 대해서 박사는 적극적으로 연구를 한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전기를 읽어보면 우주란 창조된 것이 아니라 원래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과학적으로 평생 연구를 하고 갔다.

이 소설에 나오는 괴짜 박사는 그런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고 하루키는 그것을 간파하고 이 소설을 집필했다. 이 소설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받았을 때 이 작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이 소설을 나름의 긴장감을 갖고 쓰기 시작했고, 있는 힘을 다해 썼으며, 마침내 완성했을 때에는 보람을 느꼈다. 그 보람, 뭔가를 잡았다는 감촉은 지금도 내 몸 안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일이 작품으로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완성도와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다시 읽어 보아도 이 작품은 내가 쓴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완성도를 요구한다고 느낀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을 써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일각수의꿈 #세계의끝과하드보일드원더랜드 #무라카미하루키 #하루키소설 #장편소설 #MURAKAMIHARUKI #1권껍데기를잃어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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