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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03.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55

5일째

355.


 “정부는 그 직원의 행방에 관심이 많았네. 그 사람은 이 세계에서 사라졌소. 완벽하게 사라졌지. 내가 말했듯, 그 직원은 누락되었소.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완전하게 말이오. 형사들이 그의 행방을 찾고 있지만 실종사로 마무리가 될 것이오.”


 또다시 침묵.


 침묵 속에서 그가 이어갈 말을 조리 있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마동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최대한 간결한 단어와 문장을 동원해서 마동에게 보다 정확하고 알기 쉽게 말하려 하고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정부는 당신에 대한 감사를 그만두라고 했소. 윗선에서 직통으로 나에게 전달이 왔소. 이례적인 일이지. 언제나 절차가 있는 법이거든. 하지만 이번에는 절차 없이 곧바로 나에게 전달이 되었지. 당신에 대한 감시는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오. 그 이유는 나도 모르오. 우리는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뿐이니까. 다만 정부는 마른번개의 행방을 파악했고 그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소. 나는 잘 모르지만 당신은 그들과 알게 모르게 깊게 관여하고 있는 듯해. 정부의 윗선에서는 오래전부터 그들과 접촉을 해오고 있소. 그들이 무엇 때문에 긴 시간 지켜온 평화와 안식을 깨트리고 나오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정부가 내미는 타협을 그들이 거부하면 그들 역시도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지는 못하오. 그렇게 되면 그들과 부득이한 마찰이 일어나겠지. 물론 이곳은 크나큰 공황상태가 될 것이오. 중요한 건 그 중심에 당신이 있다고 하더군. 당신이 지금 하고자 하는 대로 놔둔다면 그들도, 그리고 정부와 우리도 예전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이지. 당신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이오. 관여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고 정부의 윗선에서 판단이 선 모양이야. 고마동 씨, 당신이 지금부터 하려고 하는 대로 그냥 놔두라는 전달만 받았을 뿐이오.”


 그의 말이 끝나고 아주 잠시 동안의 시간을 가졌다가 수화기는 그대로 끊겼다. 마동은 어쩐지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마음의 앙금을 더 크게 만들어냈다.


 웅웅웅 웅웅웅웅.


 마동의 머릿속으로 또다시 사람들의 의식이 몰려왔다. 사람들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동은 휴대전화를 내려두고 눈 옆의 관자놀이를 눌렀다. 사람들은 무서워하면서도 매일 하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안정을 얻으려 했다. 반복은 지겨움과 늘어짐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안온감을 지니게 했다. 단순한 반복에서 인간은 시스템을 창출하는 것이다. 세계의 곳곳에서 땅이 꺼지고 총성이 울리고 비행기가 추락했지만, 917번의 버스는 오늘도 어김없이 어제와 같은 시간에 정류장에 도착하고 은행은 같은 시간에 문을 연다. 각 학교의 수업은 정각에 시작하고, 오징어 배달부는 여름의 사나운 비가 몰아쳐도 그 시각에 오징어 전문 활어횟집에 오징어를 배달한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가득 들어차 있는 사람들도 시간이 되면 티브이 앞에 앉아서 연속극을 본다.     


 딩동.


 형사들이 찾아왔다. 두 명이었다. 뒤의 남자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마동은 자신이 생각하는 나이보다 훨씬 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형사는 30대 초반의 유도선수나 격투기 선수 같은 모습이었다. 스포츠머리의 인상이 험악했고 건장한 남자였다. 뒤따라 들어온 사람이 베테랑 형사 같았는데 많이 힘들어 보였고 늙어 보여서 나이가 예측이 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수염이 잘 깎인 부분과 덜 깎인 부분이 같은 영역 속에 혼재했다. 그 모습은 깨끗한 도심지가 밤이 되면 쓰레기 더미로 변하는 모습과도 흡사했다. 생각이 날 때마다 수염을 깎은 듯 뒤죽박죽이었고 목젖 위로는 아예 수염을 깎지 않아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오전이지만 형사들의 목덜미를 타고 땀이 흘러 수염의 숲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한 여름이라는 계절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여름에는 움직이면 땀이 흐른다. 류 형사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고 이미 땀이 흐르고 난 후 말라버린 자국도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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