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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02.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54

12장 5일째

354.


 “그렇습니다. 단지 궁금했습니다.”


 “대답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의 대답은 칼로 두부를 싹둑 자르듯 간결하고 명료했다.


 “네, 맞습니다. 대답을 안 해주셔도 됩니다. 그동안 감시를 하지 않았다는 건 앞으로도 감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감시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되니까 말이죠. 그냥 단지 궁금해서 전화를 해 본 것입니다. 그럼 안녕히.”


 “잠시 있어보게.” 마동이 휴대전화의 통화버튼을 끄려고 할 때 스미스 요원이 마동을 제대했다.


 “전화상으로는 할 이야기가 아니지. 그렇지만 말해주겠소. 우리는 우리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말이지.” 목소리를 다듬는 울림이 들렸다. “정부는 당신이 상관에게 스티머 회선으로 그 작업 분량을 보낸 것도 다 알고 있소.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 작업을 한 것은 정확히 당신이 한 것인지 제3의 인물이 한 것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소. 당신 회사 직원들의 통장에 그 작업을 의뢰한 고객에게서 받은 돈이 분배되어서 차곡차곡 들어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소. 다시 말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오. 우리가 하는 일이 그런 것이라 감시에 들어간 대상의 일거수일투족, 어떤 대상은 그 생각까지 알아낼 수 있지. 하지만 어느 선까지는 정부에서 눈을 감아주오. 인간의 삶이란 정말 다양하지, 그건 여러 책에서도 나오지만 태어나는 방법은 자신이 선택을 할 수 없지만 우아하게 죽을 수도 있고,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지. 죽음에 다가가는 방법은 본인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이지. 행복의 종류는 하나지만 불행에 대해서는 나열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종류의 불행이 도사리고 있다는 건 많은 곳에서 이미 나와 있는 말이지. 도스토옙스키의 말인가?” 누구의 말인지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의 귀결은 죽음에 다가서고 나면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오. 정부는 그런 인간이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을 하게 유지시키는 역할도 하지. 착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인간이 살아가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혼란스러워질 뿐이지. 그건 당신도 알 거야. 다양하게 살아가는 착각이 들 수 있도록 정부도 크게 관여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능구렁이처럼 넘어가지. 정부도 자금이 필요하고 돈이라는 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 뒷거래되는 돈이라 하더라도 당신네 회사와 직원들에게 분배되는 건 우리도 건드리지 않아. 돈은 기름과 같아서 인간의 삶에 기름칠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지.” 그는 변하지 않는 음역의 톤과 목소리를 가지고 높임말과 반말이 섞인 말투를 써가며 말을 했다.


 “이런 내용을 나에게 말해줘도 되는 겁니까?”


 “그렇소. 당신에게는 해도 괜찮은 내용이야.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나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는 방법을 우리는 훈련을 받았소. 훈련은 혹독하고 힘들었지. 그걸 견뎌낼 자들만이 정부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오.” 스미스 요원은 마동의 말에 망설임 없이 대답을 했다. 그리고 맥주 한 모금 마시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당신 회사는 이번 작업의 주축인 당신이 회사에 나오지 않아서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다른 직원도 나오지 않아서 고심하는 모습도 있더군. 그런데 당신도 이미 느꼈겠지만 그 직원은 이제 회사에 나올 가망성은 제로에 가깝지.” 그는 무섭게 말을 끝맺었다. 침묵이 올곧게 흘렀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침묵은 유난히 무겁고 색이 짙었다. 몸이 빠져 버린다면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질척이고 질퍽한 종류의 침묵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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