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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04.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56

5일째

356.


 “경찰서에서 왔습니다.” 짤막한 인사에 빈틈없는 목소리가 서려있었다. 신분증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마동은 거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커튼을 뚫지 못한 태양의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신나게 현관문을 열고 형사들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왔다. 실내에서 보니 류 형사와 같이 온 후배 형사는 덩치가 산처럼 커 보였다. 눈은 아직 잠에서 덜 깨 부기가 빠지지 않았지만 정의와 열의에 불타는 신참 형사의 모습, 그것이었다.


 “들어오시죠.” 마동은 그들을 소파로 안내했다. 신발을 벗는 순간 묘한 냄새가 났고 류 형사가 발을 디딘 거실 바닥에서는 며칠 씻지 못한 발바닥의 냄새가 딱 붙어 버렸다. 정작 본인들은 냄새를 맡지 못했다.


 “어제는 연락이 되지 않아서 회사를 찾아갔는데 회사에도 나오지 않으셨더군요. 회사에서도 연락 없이 결근을 하셔서 걱정이 심하던데…… 오늘은?”


 마동은 회사에 연락을 했다고 했다. 류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머니에서 오래되고 낡은 수첩을 꺼냈다. 겉표지에 내무부가 아닌 법무부 소속의 마크가 새겨진 것이 보였다. 반면에 체격이 좋은 젊은 형사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류 형사는 조사한 내용을 낡은 수첩에 옮겨 적고, 신참 형사는 모바일 폰의 메모지에 조사 내용을 기입하는 모양이었다. 굵고 단단한 음성으로 신참 형사는 마동에게 집안을 좀 촬영해도 되냐고 물었고 마동은 왜 그러냐고 되물었다. 신참 형사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류 형사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마동을 관찰했다. 마동은 알았다며 촬영을 허락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들고 굵은 손가락으로 찰칵 거리며 사진을 찍고 휴대전화에 메모를 하는 소리가 이질감 있게 들렸다.


 “회사에서는 당신이 상당히 아프다고 했습니다. 회사원들 말로는 외모가 변할 만큼 아프다고 다들 알고 있던데 말이죠. 그런데 지금 이렇게 실제로 보니 회사에서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지…….”


 “하루 만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감기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마동은 안경테를 올리며 말했다. 류 형사는 그 손짓을 놓치지 않고 눈으로 담았다.


 “안경에는 색이 들어가 있군요. 실내에서 조금 어두워 보이겠습니다. 평소에는 안경을 쓰지 않으셨군요.” 류 형사는 수첩에 메모를 하면서 말을 했다.


 “아닙니다. 평소에 안경을 착용하기도 합니다. 늘 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제부터 새로운 안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안경을 바꿨어요. 며칠 만에 시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눈이 너무 부십니다. 빛에 노출이 되면 눈이 아파서 눈을 뜨고 있기가 힘이 들더군요. 자외선은 무섭습니다. 이해해주세요.” 마동은 다시 안경테를 올리며 말했다. 류 형사는 메모를 하던 볼펜 끝을 입에 물었다. 볼펜 끝의 모양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얼마나 많은 볼펜 끝을 물었을까.


 “아시겠지만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최원해라는 사람이 실종되었습니다. 솔직히 실종신고를 하기에는 아직 모자라는 부분이 있지만 분명 실종된 것입니다. 어이 이봐, 이 말은 적지 마.” 류 형사는 신참 형사에게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은 메모를 하지 말라고 했다.


 마동은 그들에게 커피를 내주었다. 물론 뜨거운 커피였다. 류 형사와 신참 형사는 불만 없이 뜨거운 커피 잔을 받아들이고 한 모금씩 마셨다. 오전에 퍼지는 커피 향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마동에게는 더 이상 커피 향이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의 일을 좀 듣고 싶은데 말이죠. 최원해 씨 부인 말로는 당신을 만나서 조깅을 같이 한다고 한껏 들떠서 나갔다고 하던데 그 이후로 없어졌단 말이죠. 실종이 된 곳에서 그야말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무런 증거도, 어떠한 자취도, 심지어는 냄새마저도 사라져 버린 것 같습니다. 신고 있던 운동화 한 켤레가 떨어져 있었는데 단지 그것뿐입니다. 무엇인가 아주 날카로운 것에 할퀴어진 모습인데 신발 하나만 그렇게 찢겨서 떨어져 있다는 게 정황이 맞지가 않습니다. 우리들 형사들은 오랫동안 사건이 일어나면 현장에서 대부분의 당시 상황을 유추 해 낼 수가 있습니다. 현장에 모든 것이 다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때 그 현장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현재 우리가 알아낸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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