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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06.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57

12장 5일째

357.


 류 형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오전에 틀어놓은 모니터 속의 뉴스에 잠시 시선을 고정했다. 뉴스에서는 해변의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모니터에 비치는 광경은 해변에 종교집회 자들이 더 늘었고, 종말론 자들이 해안가를 돌아다니며 곧 다가올 종말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유가족과 시청 관계자들 사이에서 보상의 줄다리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부분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었다. 유가족이 시청에 제시한 보상에는 바다가 끓어오른 이유가 천재지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들은 변호사를 선임했고 방송사들의 카메라 앞에서 그 타당성에 대해서 큰 소리로 발표를 하고 있었다. 유가족의 주장은 해안 근처의 공단에서 몰래 버려지는 폐수가 하루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제철업의 가동 공장의 열기와 만나 바다를 끓어오르게 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렇게 끓어오른 바다에 자신의 가족이 익어서 죽었고 그들은 시청에 그 보상을 청구했다.


 해양학자들과 소비자연대는 그 소식을 접하고 일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사에 착수를 했다. 공장 쪽은 전혀 근거가 없는 소리라며 회사의 공장 라인의 생산방식을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고 바닷물이 끓어오르는 현상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했다. 수온이 상승한 여름의 바다가 폐수를 통해 화학작용을 하여 부분적으로 끓어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놓은 해양학자들의 말에 종착지를 알 수 없는 기차처럼 조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유가족은 방송국의 카메라에 대고 이러한 일이 또 일어날 것이라며 공장에서 함부로 버리는 폐수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약한 환경을 들추려고 했다. 더불어 시에서는 시민의 세금을 대거 유입하여 공원 조성에만 힘을 쏟는다고 비판을 했다. 유가족은 대규모 공원 등이 각 구마다 설치되어서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심어놓은 꽃들에게서는 나비가 날아들지 않고, 대나무 숲에 방생한 너구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리고, 대나무 역시 번식하지 못하고 말라간 것을 외쳤다. 강에 헤엄치는 물고기는 외래어종이 태반이며 사람들은 꽃가루 알레르기가 나날이 심해진다고 했다.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재질의 마감재로 만들어놓은 조깅코스의 바닥을 들먹였고, 공원의 작은 호수에서는 중학생이 바닥에 미끄러져 빠져 죽은 일을 들춰내며 시를 비난했다.


 “거참, 내 형사 생활 중에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지금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겠지만 말이죠. 죽은 사람에겐 안 된 말이지만 끓어오르는 바닷속에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끓는 물에 손가락 하나만 데어도 겁이 나고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닌데 말이죠. 이거 정말 혼란스러운데 말이죠.” 류 형사는 인정하기 싫은 사건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이 안타까운 듯 말끝마다 말이죠, 말이죠, 어조로 말을 끝냈다. 뉴스는 들어오는 대로 소식을 전하겠다며 끝이 났다. 뉴스가 끝이 나자 마동은 모니터를 껐다. 모니터를 끄고 나니 집안은 고요해졌다. 두 사람의 형사가 더운 여름에 뜨거운 커피를 홀짝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가려운지 류 형사는 목 부분을 긁었다. 목을 긁는 움직임뿐이지만 그의 움직임에는 기름칠한 기계 같은 정교함이 있었다. 류 형사는 긁고 나서 손톱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여기 이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완전히 미궁 속입니다. 단서라는 게 없지요. 사건 현장에서 단서라는 것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인데, 실종사건도, 아파트에서 시체로 발견된 두 사람도 그렇고, 그 사건 들었죠? 그리고 저 바다의 사건도 그렇고 짚이는 게 전혀 없는 사건들입니다.” 류 형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뜨거운 것을 잊고 불지 않고 마시다가 잔을 빨리 내려놓았다.


 “그런데 이건 형사의 날카로운 수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왠지 그 사건들이 서로 연관이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류 형사는 말을 끊었다. 침묵이 다시 흘렀다. 수화기 너머로 정부의 스미스 요원과 대화가 끊기고 흘렀던 침묵과는 질이 달랐다. 침묵 속에는 어떠한 위화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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