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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07.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58

12장 5일째

358.


 “그리고 말이죠. 그 일련의 사건들 속에 당신이 속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입니다. 단서도 없고, 증거나 증인도 하나 없습니다. 수사의 방향을 잡아야 하니 당신이 개입이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현관문을 열고 당신을 보자마자 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기록을 봐도 당신은 깨끗하고 범칙금 한 번 낸 적이 없더군요. 아주 깨끗했어요. 군 생활부터 지금까지도 말이죠. 사람을 죽인다거나 범행을 저지를 타입으로도 보이지 않습니다.” 류 형사는 침을 삼켰다. 그 소리를 마동은 잘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 이상으로 위험하지 않을까. 당신은 어쩌면 당신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또 다른 당신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이죠.”


 마동은 류 형사의 눈을 쳐다보았다. 눈 색이 많이 탁했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제가 하는 말에는 어떠한 단서도 없습니다. 증거도 없고 말이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지금은 저를 제외한 모두가 용의자 선상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어제 하루 동안 당신의 행방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우리들, 그러니까 현재 대한민국 수사국에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국민의 행방을 추적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휴대폰의 추적도 가능하고 말이죠. 그런데 수치스럽게도 어제 하루 동안의 당신은 마치 없어진 최원해처럼 전혀 행방을 알 수 없었다는 겁니다.” 류 형사는 손톱 밑을 입으로 후 불었다. 그리고 마동이 말을 하기까지 진지한 얼굴을 하고 기다려 주었다.


  마동은 그날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말했다. 거짓말 같지만 낮 동안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아프다가도 밤에 찾아오면 바이러스가 빠져나가서 몸이 괜찮아진다, 그래서 조깅을 했다고 말했다. 류 형사는 마동의 말을 놓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첩에 받아 적었다. 마동은 최원해 부장이 찾아와서 같이 조깅을 시작했고 구청에서 만들어놓은 저수지가 있는 일명 둥지산을 달리는 코스로 정했다고 했고 그 코스는 겨울은 오후 6시 이후에는 입산금지이지만 여름에는 자정까지 조깅을 할 수 있어서 같이 달려 올라갔다고 했다. 그런데 같이 달리기 시작하고 철탑 부근에 이르렀을 때 마동은 자신도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최원해 부장은 사라졌고 자신은 바닥에 누워있었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정신을 잃었을 때는 깊은 잠에 빠져들 때처럼 한순간이었고 전혀 기억이 없다고 덧붙였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듯 류 형사는 수첩에 받아 적다가 적는 행위를 멈췄다. 류 형사는 마동의 이야기를 듣고 당시의 상황에 꼼꼼하게 다가가려는 듯 생각했다.


 “어떤 냄새도 없었어요. 우리는 조깅코스로 천천히 달렸습니다. 최 부장님은 몸이 비대해서 빨리 달릴 수 없다고 판단을 했죠. 그래서 아주 천천히 달렸어요. 그러다가 거의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동네의 있는 산이라고 해도 오르막길을 준비운동 없이 뛰어 올라간다면 그다음 날 다리와 몸은 아우성을 지르겠죠. 그래서 걷는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걷기 시작했어요. 여름밤의 산속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보다 훨씬 시원합니다. 밤하늘의 바람을 나무들이 빨아들여 밑으로 내려 보내죠.”


 정말요?라는 눈빛으로 류 형사가 고개를 갑자기 들어 마동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저는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실제로는 모르죠. 나무들이 바람을 빨아들인다는 건 그저 저의 생각일 뿐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산속에서 부는 바람인 그런 느낌이 들잖아요?” 마동의 말에 형사 두 명은 그런 일이?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때 바람이 불어왔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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