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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08.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59

12장 5일째

359.


 “바람? 무슨 바람?” 류 형사가 말했다.


 “치누크”라고 마동은 짧게 대답했다. 류 형사는 입에서 치누크라고 되뇌었다. 그리고 신참 형사에게 바람 이름인가?라고 물었고 신참 형사는 스마트폰으로 치누크에 대해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류 형사는 신참 형사의 모습을 보며 볼펜을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신참 형사는 치누크 바람에 대해서 간단하게 류 형사에게 설명을 했다. 류 형사는 설명을 듣고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 바람이 어째서 이곳에 나타난단 말이지?라고 신참 형사에게 물었고, 신참 형사는 다시 스마트폰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류 형사는 신참 형사의 모습을 보며 볼펜을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정신을 잃었을 때 타격도 없었고 어떤 무엇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른단 말이죠? 그것 참 신비한 일입니다. 이상하다기 보다 신기하군요. 한 명은 공기덩어리가 꾹 누르듯이 조용히 정신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또 한 명은 사라져 버리고 말이죠. 정말 이상한 것은 찢어진 운동화 한 켤레만 발견된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겁니다. 그 외에는 단서가 전혀 없어요. 무엇에 의해서 끌려간 자국도 없고 숲의 풀들이 누워있다거나 쓰러져 있지도 않았습니다.”


 류 형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장을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어김없이 그가 들고 있는 볼펜의 끝 부분이 그의 입으로 들어갔다.


 “운동화가 그렇게 찢어졌는데 최원해의 살점이라든가 핏자국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죄송하지만, 솔직히 여기에 오기 전까지 전 기이하지만 일련의 이상한 사건들에 대해서 당신을 조금 의심했었습니다. 증거라든가 단서는 전혀 없어요. 그리고 당신의 얼굴을 보는 순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건에 당신이 깊은 관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최원해를 없애고, 아니 사라지게 하고 아파트의 변태성욕자들을 기이한 형태로 살해하고 바다에 떠있는 상태로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 당신과 필시 연관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사건들이 아무런 진척이 없다! 그래서 저는 합리화를 위해서 당신을 의심하는 것이 합당한 것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볼펜 끝을 아랫니에 톡톡 두드렸다.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제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증거나 단서가 없기 때문에 보고를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경찰이라고 하는 사람은 살인사건이 터지면 본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용의자이니까 말입니다.” 류 형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류 형사가 말을 끊으면 물속처럼 고요했다.


 “하지만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신과 이번 사건의 개연성에 대해서 의구심이 드는군요. 내 생각이 정말 억지로 만들어진 추리라는 게 절실히 드러난다 이 말입니다. 물론 애당초 논리에서 벗어난 접근방식입니다. 그것은 이번 사건 자체가 논리에서 아주 멀어진 사건들이기 때문입니다.” 류 형사는 바닥에 남아있는 식어버린 커피를 입술을 내밀어 홀라당 다 마셨다.


 “우리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하긴 했습니다. 두 사람이 기이하게 살해당했고 한 사람은 바다 위에서 역시 기이하게 죽었고 한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습니다. 당신도 뉴스를 통해서 들었겠지만 이런 사건은 이례적입니다.” 류 형사는 마동이 앉아있는 쪽으로 몸을 조금 당겼다. 그래 봐야 몸을 움직이는 시늉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최원해를 비롯해서 피해자들에게서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됐습니다. 이 사람들이 모두 성도착자이거나 성범죄로 수감되었거나 법정공방이 한 번씩 있었던 기록이 있더군요.” 류 형사는 손에 들고 있는 비어버린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마동은 최원해 부장도 그런 이력이 있다는 것에 잠시 놀랐다. 류 형사는 말을 잇기에 앞서 신참 형사에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도 메모하지 말라고 근엄하게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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