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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09.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60

12장 5일째

360.


 “최원해 이 사람, 오래전에 버스에서 한 여자를 상대로 출근시간에 간간이 느꼈나 봅니다. 잘 아시겠지만 여자의 입장에서는 수치스럽고 당황하기 마련이죠. 그 최원해라는 사람, 여자들 중에서도 성격적으로 적극적이지 못하고 아주 소극적 대처만을 하는 여자를 고른 것 같더군요. 그런 여자를 타깃으로 정하려면 그 여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의미적으로 스토커 짓을 했다는 말이죠. 타깃으로 정한 여자를 오랜 시간 동안 출퇴근 시간에 여자의 근처에서 여자의 이동거리, 여자의 습성, 밥을 먹는 식당, 자주 가는 곳을 관찰했다는 겁니다. 모든 것을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수치를 기입한 후 계산이 떨어지는 답처럼 최원해는 출근길마다 그 여자의 엉덩이를 만졌습니다. 어떤 날은 출근길이 아닌 퇴근길에 여자의 엉덩이를 만졌습니다. 아침마다 하면 들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여자는 아침마다 그 더러운 손길을 느꼈지만 소극적인 성격 탓에 그저 속으로만 참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최원해는 짜인 계산된 각본대로 출근길에 복잡한 사람들 틈을 비집고 그 여성 가까이 다가가서 손으로 치마 위 엉덩이를 만졌습니다. 늘 비슷한 시간, 같은 공간, 비슷한 사람들이 타는 버스 안에서 최원해에게는 간단한 일이었죠. 그런데 그날, 앉아서 졸고 있던 여고생이 고개를 까닥하며 졸다가 눈을 떴는데 최원해의 손이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는 장면을 본 겁니다. 그리고 여고생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류 형사는 어째서 이런 이야기를 과감하게 나에게 하는 것일까. 마동은 짧지만 깊게 생각했다. 류 형사는 순수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것이다. 간절하게 범인을 잡아내고 싶었다.


 “그런데 그 이후가 더 이상했습니다”라고 류 형사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탁한 눈 속에 눈빛은 꾸준하게 살아있었다. 마동은 가만히 앉아서 류 형사의 말에 집중을 했다. 옆의 신참 형사도 류 형사의 말에 집중을 했다.


 “여고생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피웠지만 정작 당한 여자 쪽에서는 아니라고 하면서 상당히 난처해했습니다. 이해 못할 일이죠. 버스 속의 사람들이 가만히 넘어가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아서 최원해를 수사대에 신고를 하고 나중에는 법정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여자가 무효처리를 원했고 법정까지 가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한 마디로 여자는 그냥 잊으려 했고 그럴수록 사회와 사람들은 사건을 꺼내서 최원해를 고립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여자의 대처가 너무 소극적이라 그 사건은 최원해가 바로 풀려나면서 끝이 났습니다. 이 여자는 그 이후로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겁니다.” 류 형사는 자신이 말을 하면서도 답답한지 목소리가 좀 커졌다.


 “여자가 결국 회사를 그만뒀지 뭡니까!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점점 작아져만 갔던 겁니다. 어땠을까요? 여자는 그냥 그 길로 회사로 가면 그만인데 말이죠. 하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여자가 워낙에 소심한 성격이었죠.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 여자의 직장을 어렵게 찾아가서 그 여자에 대해서 조사를 좀 해봤더니 회사 사람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군요. 자주 가는 음식점에서 손님이 먹던 반찬을 다시 내어 오는 것을 여자가 다니는 회사의 직원들에게 들켜서 그곳으로 가지 않게 되었는데, 그 여자는 그 식당을 지나칠 때는 그 주인과 마주치는 게 미안스럽고 난처해서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거나, 먼 거리를 에둘러 가기도 했다는군요. 늘 가던 미용실을 두고 회사 직원에 이끌려 다른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나면 그 머리 모양이 다 없어지기도 전에 원래 가던 미용실에 갈 정도로 소극적이었다고 합니다. 뭐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존재하니까 말입니다. 다양성에 입각한 동물이 인간이니 말이죠.” 류 형사는 볼펜을 다시 한번 입으로 물었다가 꺼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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