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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11.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62

12장 5일째

362.


 “그리고 마동 씨, 당신에게는 왜 그런지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니 말해줘야 할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류 형사의 탁한 눈은 여전히 마동을 향해있었고 한 손엔 볼펜과 수첩을 한 손으로는 커피 잔을 들어 홀짝였다. 커피를 마시다 류 형사의 머릿속에는 속옷을 꺼내다가 딸려 나온 시체의 장기가 떠올라 얼굴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동은 일관된 표정으로 그런 류 형사의 모습을 보고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아파트 단지 506동에서 일어난 사건은 더 기이합니다. 그 집에 살고 있는 남자의 사체가 없어졌습니다. 최원해처럼 형태를 전혀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형태가 변해버렸습니다.” 류 형사는 적당한 말을 찾는 듯 보였다. “남자는 먼지로 변해버렸습니다. 몸에 수분이 다 빠져나가서 말라죽어있었습니다. 사건 정황을 따져 보면 같이 일하는 젊은 여성이 먼저 죽고 나서 남자가 죽음을 당한 거 같습니다.” 류 형사는 마동에게 남자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여자는 러미나정 같은 약과 술에 취해서 방독면을 쓰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죽었습니다. 아마 남자는 여자가 죽은 것도 모르고 여자의 몸 위에서 성행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피해자의 몸에서 수분이 다 빠져나가 말라버렸는데 몸속에 있는 피와 수분을 마치 한순간에 다 뽑아버린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누가?라는 문제에 들어가면 역시 탄탄한 벽처럼 막혀버리고 맙니다.” 류 형사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가 다시 평정을 찾았다.


 “시체의 모습은 오백 년도 더 지난 후 발견된 미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수분이 빠져나가버린 미라의 모습 말이죠. 피해자는 무엇에 의해 한순간에  몸속에 있는 수분이 몽땅 빠져나갔다는 말인데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류 형사는 신참 형사에게 지금 하는 말은 아무것도 받아 적지 말고 기억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신참 형사는 코스메딘 산타마리아 델라 교회 입구에 있는 진실의 입 같은 입술로 “알겠습니다”라고 굵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그런데 마동 씨는 그 시각에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류 형사가 신참 형사에게 돌렸던 시선을 마동에게로 옮겼다.


 “옥상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옥상이요?” 류 형사의 눈빛에 또 다른 빛이 들어왔다.


 “네, 옥상에 올라가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 이렇게 무더운 밤에 옥상에 올라가는 사람은 잘 없죠. 역시 당신은…….”


 “그래서 올라간 겁니다. 사람이 없어서 말이죠. 여름밤의 하늘은 바라보기 좋으니까요.”


 “하늘을 보고 무엇을 했습니까. 그저 하늘을 바라보았습니까?”


 “네.”


 류 형사는 마동이 뒷말을 하리라 기다리고 있었지만 마동은 입을 다물었다.


 “마동 씨, 실은 아파트 복도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에 당신의 모습이 포착되어있어서 당신은 알리바이가 확실합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가 세 시간 정도 있다가 집으로 들어오더군요. 그 시각이 당신은 옥상에 있었던 시간이었고, 그 시간에 어떻든 아파트의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마동은 사실 집으로 들어온 것은 기억이 없었다. 그저 지옥처럼 보이는 곳으로 떨어지면서 정신을 잃었고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마동은 류 형사에게 옥상에서 새벽의 빛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잃었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류 형사는 신참 형사에게 스마트폰의 사진첩을 열라고 했다. 그 속에서 몇 장의 사진을 마동에게 보여주었다. 마동은 사진을 건네받고 들여다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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