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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14.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65

12장 5일째

365.


 류 형사는 신참 형사에게 먼저 나가 있어,라고 턱짓을 했다. 진실의 입을 닮은 입술로 씩씩하게 대답을 하고 신참 형사는 마동의 집 현관을 빠져나갔다. 큰 체격인데 불필요한 움직임은 없었다.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뱀처럼 현관문을 열고 스르륵 나갔다.


 “저 녀석 경찰이 안됐으면 최고의 유도선수가 되었을 건데 말이죠. 유도선수로 꽤 전도유망했습니다. 태릉에서 제일 기대를 하는 선수였죠. 그놈의 사고만 아니면 말이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이런 고달픈 형사 생활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죠. 꾸준하게 연금이 나온다는 것은 큰 희망입니다. 세상에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법이죠. 특히 내 주위에서 많이 일어난다니까요.” 류 형사는 마치 신참 형사가 아직 있는 듯, 후배가 앉았던 자리를 보며 그의 흔적을 떠올렸다.


 “고마동 씨, 혹시 어린 시절에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한 적은 없었습니까? 그러니까 지속적으로 고추를 만진다거나 윗옷을 벗겨서 가슴을 보여줘야 한다거나, 그런 경우를 당하지 않았나 하는 겁니다.”


 마동은 없다고 했다. 류 형사는 마동에게 물을 한 잔만 달라고 했다. 마동은 식수대에서 물을 한 컵 받아서 류 형사에게 건네줬다. 한 모금 마시고 시원한 물은 없냐고 마동에게 물었고 마동은 없다고 했다. “여름에도 시원한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긴 합니다만…….” 류 형사는 볼펜을 입에 물었다.


 “당신의 기록을 조사했습니다. 우리들은 용의자가 졸업한 학교나, 용의자가 어디에 살았었나. 이런 것쯤은 조사가 빠르고 쉽게 가능합니다. 마동 씨는 실종된 최원해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그래서 경찰들은 모든 면에서 당신을 조사해야 했습니다. 고마동 씨의 이력 중에 고등학교 때 기억이 상실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혹시 그 당시를 기억나는 대로 말해주실 수 없을까요?”


 “그때의 이야기가 사건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마동은 는개에게 들은 이야기를 빼버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 이전에 기억하는 부분과 알고 있는 부분을 류 형사에게 이야기했다. 류 형사는 마동이 하는 이야기를 받아 적지 않았다. 볼펜을 입에 물고 진지하게 마동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러는 동안 마동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니까 당시에 어떤 일로 병원에 입원했는지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군요. 그때 마동 씨가 그곳에 간 걸 본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정말 기이한 일입니다. 마동 씨는 자신의 집과 학교와도 멀리 떨어진 그곳에 왜 가게 되었을까. 분명 무슨 계기가 있었기에 그곳에 가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마동 씨 어머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제 그 지방의 후배 형사에게 어머니를 좀 만나고 오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뭐랄까……” 류 형사는 뒷말을 잇지 못하고 적당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도 어딘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거 같아요. 어머니는 저와도 대화가 단절되었습니다. 그건 서로 간의 문제에 의해서 대화가 끊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입원했다가 눈을 떴을 때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어머니지만 내가 알고 있던 어머니의 모습과는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었어요. 외적인 모습이 변한 것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마음의 변화 같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본래 지니고 있는 의식의 변경이라고 해야 할까. 내부의 어떤 무엇인가가 빠져나가 버린 거 같아요. 어머니는 이후에 한 곳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 습관은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류 형사가 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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