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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15.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66

12장 5일째

366.


 “일종의 정신적인 충격으로 계기가 되었다는데 정신과 치료도 소용이 없더군요. 건강상의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정신과 치료는 중단했습니다. 어머니가 계신 고향에서 하루하루를 잃어가면서 살아가는 것이죠. 어머니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지만 적어도 불행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류 형사는 마동의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우물에 빠져들어 가는 것처럼 생각에 잠시 잠겼다.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무엇일까. 얼마나 많이 생각해 본 말인가. 톨스토이가 말했다. 행복의 종류는 한 가지지만 불행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라고. 류 형사도 자신이 지금 행복한가, 불행한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면 불행하진 않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고 싶었다.


 “형사님은 행복하세요? 지금?”


 마동의 질문에 류 형사는 볼펜 끝을 깨물고 말았다. 형태를 간신히 유지하던 볼펜 끝이 볼썽사납게 일그러졌다.


 “아닙니다.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건 확실하게 말해드릴 수 있겠군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것들뿐인데 이것 하나라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류 형사는 또 이물질이 잔뜩 들어간 호탕한 웃음을 크게 내뱉었다.


 “마동 씨가 고등학교 시절 기억을 잃어버린 그때, 그때에도 실종사건이 있었습니다. 마동 씨가 왜 그곳에 갔는지 그리고 마동 씨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 당시에 사채업자 3명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본 목격자가 없었습니다. 최원해가 사라진 것처럼 그들의 실종기록을 보면 그들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네 명이 사라졌는데 그중 한 명이 사채업자의 대표 격인데 그 사람도 성폭행 전과가 있었습니다. 어쩐지 지금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류 형사의 물음에 마동은 가만히 있었다.


 “고마동 씨가 쓰러진 그 근처에서 세 명의 사채업자가 사라졌습니다. 마동 씨와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갑니다. 게다가 사라진 사채업자의 대표는 마동 씨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박는개 씨의 양아버지였습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류 형사가 마동에게 물었다. 마동은 류 형사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석연찮은 부분이 많은 사건입니다. 박는개 씨의 어머니는 그 당시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른다고 하는데 실종된 박는개 씨의 양아버지는 주로 집에만 있었다고 주민들은 말했습니다. 그날도 집 밖에 나오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사람은 집안에서 사라졌다는 말이죠. 감쪽같이.”


 류 형사는 숨을 가다듬었다. 입에서 커피 향과 입 냄새가 섞여서 났다.


 “매일 집에서 기거했고 집 밖에 나오는 일이 드물었던 사람인데 갑자기 실종이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귀중한 물건, 그 사람에게는 아마도 지갑 같은데 돈이 가득 들어있는 지갑을 그대로 놔두고 말이죠. 돈에 강박이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지갑을 놔두고 사라졌을 리가 없는데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미해결 실종사건으로 단락 지어졌습니다. 혹시 마동 씨는 알고 있었습니까?”


 마동은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지난밤에 알게 되었다. 는개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미궁 속과 같았다. 미궁 속의 이야기가 주위에서 오로라처럼 떠돌고 있었다. 그리고 마동을 찾으려고 는개는 너무 많은 애를 썼다. 그렇지만 애를 쓴다고 해서 노력을 한다고 해서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는개가 마동을 만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왔다. 그것은 하나의 상징이었다. 꿈같은 것처럼 상징이라는 것은 쫓는다고 해서 손으로 잡히지는 않는다. 상징이라고 불리는 꿈을 좇는 것과 꿈이 가리키는 상징을 찾아내는 것은 인간의 노력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다. 미궁은 상징처럼 어느 날 불쑥 물보라 같은 얼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상징 같은 이야기를 마동은 는개에게서 전해 들었다. 기억이 전혀 없는 부분의 퍼즐이 메꿔지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어딘지 마동의 피부가 아닌 것처럼 왜곡되고 기억에 기름칠을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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