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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16.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67

12장 5일째

367.


 마동이 그동안 몰랐던 사실 중에 하나를 그의 앞에 있는 류 형사는 알고 있었다. 당시에 는개도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형사는 그것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류 형사는 는개의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었고 마동은 그 미궁을 알아보기 위해 형사의 의식을 들여다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아니요, 몰랐습니다. 회사에서 그녀와 마주칠 일이 없었죠.”


 는개를 여기에 끼게 할 수는 없었다. 류 형사는 그의 표정에 집중을 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판례도 없었고 사후처리에도 문제가 많았다. 바다가 끓어올라 죽어버린 50대의 시체 때문에 유가족은 보상 문제를 시청에 제기했고 그 문제는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관할 수질 보건당국과 경찰 그리고 이 도시를 일으켜 세운 거대한 제조업 회사가 궁지에 몰렸다. 그들은 실력 있는 변호사들을 대동해 난관을 피해 갈 것이지만 그동안 고요하던 민심을 들쑤셔 놨다. 힘 있는 자들을 한꺼번에 건드렸기 때문에 불똥이 류 형사의 관할 서까지 튈 것이다. 류 형사는 앞에 앉아있는 호리 한 청년이 이 모든 사건을 일으켰다고 당연하지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용의자가 달랑 이 한 사람뿐이었다. 수사내용을 일반인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류 형사는 도박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평범해 보이는 청년이다. 평범함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개성이 없는 것과는 또 다르다. 평범함이 여러 개 모여 있으면 따분해서 미쳐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이 청년의 평범함에는 성격이 있었다. 표정에서 알 수 있는 인간의 감정적 변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얼굴의 표정을 평범함으로 덮고 있지만 결코 타인과 비슷한 평범함은 아니었다. 악마는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것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마동에게 수사에 관련된 모든 것을 낱낱이 이야기해 준 다음 표정의 변화를 캐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표정의 변화를 캐치했다면 그다음부터는 수월하지는 않지만 이 사건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마동과 이야기를 할수록 그 믿음이 점점 깨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거짓말까지 했다. 류 형사는 마동과 대화를 하면서 마동이 용의자의 선상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고 거짓을 말했다. 그 부분에서 마동의 표정을 캐치해내려고 노력을 했지만 헛수고였다. 평범하지 않는 평범함이 모든 것을 가로막고 있었다.


 류 형사는 마동이 이번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이 되어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표정을 살피며 대화를 할수록 확실치 않았지만 구체성이 점점 엷어지고 사라져 갔다. 마동의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순수하고 차가운 아이의 모습이었다. 류 형사는 현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마동의 눈빛과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마동의 표정에서 아무것도, 그 어떤 것도 류 형사는 알 수 없었다. 점점 자신의 확신이 삭감되었다. 이 사건의 진척이 전혀 없다는 불안감이 머리를 덮쳤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류 형사는 고마동의 눈에서 수빈이의 눈빛을 보았다. 발자국이 없는 하얀 눈밭의 수빈이의 세계가 자신 앞에 앉아있는 고마동의 눈동자 속에 있었다.   

   

 하얀 눈이 내려앉아 모든 세상을 덮어서 순백하기만 했다. 새도, 벌레도, 스널프도 보이지 않았다. 생명체의 움직임과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새하얀 백색의 설원만이 가득한 세계, 순수하지만 생명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안타까운 모습으로 펼쳐졌다. 눈길에 발자국을 내고 걷다 보면 언젠가는 지쳐 눈밭에 무릎을 꿇고 지나온 발자국은 내리는 눈이 꼼꼼하게 덮어버릴 것이다. 무릎을 꿇어 버리고 나면 더 이상 일어서는 건 무리였다. 그대로 쓰러져 내리는 눈의 무게에 깔려 고요하게 숨을 거두는 장소. 그 장소는 아름답지만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세계였고 류 형사는 수빈이의 눈에서 그 세계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비한 눈을 지닌 자신의 딸아이를 반드시 낫게 해주고 싶었다. 어째서 수빈이의 눈빛 속에 있는 세계가 이 청년의 눈동자 속에서 보이는 것일까. 하얀 순백색의 눈밭 같은 세계 속에서 생명력은 전혀 없었다. 이 청년은 이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나는 이 청년의 눈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청년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새하얀 눈밭의 세계에서 생명을 지닌 존재를 찾아서 하염없이 거닐고 있는지도 몰랐다. 안타까운 수빈이가 작은 몸으로 거대한 눈밭을 거닐다가 지쳐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리고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이 고마동의 눈빛 속에 들어있었다. 어쩌면 수빈이처럼 이 청년 역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상황 속으로 자신을 몰고 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류 형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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