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70

12장 5일째

by 교관


370.


“그래도 당신을 앞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최원해와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 마동 씨고 이 모든 사건들이 하나로 묶여 있는 느낌이 강합니다. 마동 씨는 자신이 이 사건에 관여되고 있다고 판단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마음은 아니라고 하지만 수사는 진척이 있어야 하거든요.” 류 형사는 침을 삼키고 잠시 침묵을 만들었다.


“만약 마동 씨, 당신이 그 알 수 없는 힘을 지닌 존재에 닿게 된다면 말이죠, 제 딸의……” 역시 무리라는 듯 류 형사는 어울리지 않는 큰 웃음을 또 만들어 냈다. 코와 입술 사이의 깊은 주름이 인상적이었다. 그 주름 속에는 분명 기계의 찌꺼기처럼 그동안 쌓인 슬픔이 눌어붙어있었다. 류 형사와 눈이 마주친 마동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류 형사는 다시 한번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방금 웃음보다 크게 소리를 내어서 어색하게 웃었다. 웃음 속에 류 형사는 마동에게 한 말은 그저 흘려들으라고 하는 것 같았다. 웃으며 우는 사람들은 그런 슬픔을 지니고 있다. 류 형사는 눈물은 흘리지 않고 있지만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마동은 그 힘을 지닌 존재에 닿게 된다면 꼭 전하겠다는 뜻으로 류 형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이야기와 회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밤에 조깅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이미 믿기지 않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버려서 그렇게 놀랍지도 않군요.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차가 없다면 제가 병원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마동은 괜찮다고 했다.


“예, 형사의 호의는 환영받지 못합니다”라며 또 한 번 웃었다. 마동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소리를 내며 따라 웃으려 했지만 어색한 표정만 얼굴에 번졌다. 집에서 업무를 마무리할 작업이 있다고 마동은 말했고 이번에는 류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면서 류 형사는 형사의 본분을 잊지 않고 마동에게 몇 가지를 더 질문했고 마동은 대답을 했다. 현관문을 빠져나가면서 마동이 쓴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류 형사가 맡은 사건은 살인사건 두 건이라는 말을 했고 최원해의 실종사건은 자신이 맡은 사건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갔다. 자신은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는 게 목적이며 경찰은 바다가 들끓어 오르는 일과 일련의 사건들을 군에 알리고 군경이 합동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말도 남기고 현관문에서 사라졌다.



<후에 정부는 말라버린 시신에 관련된 정보는 새어나가지 않도록 각 방송사들에게 하달했지만 기자들은 사건을 취재하여 방송을 내보냈다. 아파트 주민을 만나서 사건을 물어보며 사건과 관련된 형사를 따라다니며 집요하게 사건을 기록했다. 공영 방송사는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에서 막고 있어서 기자들이 취재한 파일을 그대로 방송하지 못했다. 결국 기자들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뉴스를 내보냈다.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곳곳에서 집회와 시위가 일어났다. 그렇지만 규모가 미미했다. 인터넷으로 방송을 본 사람들은 국민의 0.1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그들의 소리는 더 이상 허공으로 퍼지지 않았다>


는개에게서 문자가 온건 한 시간이 지나서였다. 회사는 두 사람이 빠져나갔지만 순조롭게 작업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더 괜찮아지고 안정을 찾을 거라고도 했다. 마동은 다행이라고 문자를 넣었다.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서 춥다며 칭얼대는 문자까지 왔다. 마동은 그녀에게 어제는 라보엠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손이 차가웠나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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